축하를 받으며 축복 속에 진행돼야 할 결혼식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전북 전주의 한 호텔 예식장에서 ‘펑’ 하는 파열음과 함께 바닥 타일에 균열이 생겨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25일 사고를 겪은 혼주 A씨 측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24일 낮 12시30분쯤 전주 완산구 소재의 한 호텔 예식장 3층에서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이 소리에 놀란 하객들은 급하게 대피했다. 대기실에 있던 신부와 신랑, 가족들도 황급히 예식장을 빠져나왔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무작정 밖으로 내달렸다고 한다.
YTN이 보도한 당시 현장 영상에는 긴박했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바닥 타일이 어긋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놀란 하객들은 다급하게 뛰어 예식장을 벗어났다. 영상에는 평평했던 바닥 타일 곳곳이 어긋나 부풀어 오른 듯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혼주 측은 YTN에 “(굉음이) 몇 번 들렸다. 쫙 갈라지는 소리, 폭발음이 한 번만 들리면 사람들이 도망도 안 갈 텐데 주기적으로 계속 났다”고 말했다.
한 차례 큰 소동이 지나고 결혼식장에 돌아와보니 바닥 타일을 벗겨낸 뒤 붉은 카펫으로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호텔 측은 한파 때문에 바닥 타일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예정된 결혼식을 그대로 진행했다. 호텔 측은 최근 건물 안전진단을 받았고,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안전진단을 진행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혼주 측은 이 사고로 악몽 같은 결혼식을 치러야 했다. 영하의 날씨에 신랑과 신부는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밖으로 대피해야 했고, 뒤늦게 결혼식을 진행했지만 하객들은 대부분 빠져나간 뒤였다.
혼주 측은 수십명이 대피하는 중에도 안내방송이 따로 없었고,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아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혼주 측 관계자는 “빨리 안내방송이 안 되면 안내문이라도 붙이라고 했는데 그분(예식장 측) 말씀이 저희가 약간 유난이라는 식으로 비아냥대면서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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