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측이 계열사인 SPL의 제빵공장에서 혼합기 끼임 사고로 숨진 20대 노동자 A씨 측 유족에게 장례식장에서 합의금을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유족 측은 진상규명을 위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보도에 따르면 A씨 측 유족의 법률대리인 오빛나라 변호사는 24일 “장례를 치르는 가운데 사측에서 먼저 합의를 요청했지만, 유족이 이를 거부하고 형사 처벌을 원해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형사 절차를 위해선 반드시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판단해 부검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유족 측에 따르면 SPC 측은 입관식을 마친 날 저녁 장례식장에서 합의금을 언급했다고 한다.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해왔다고 한다.
A씨 어머니는 이날 MBC 인터뷰에서 “(SPC 측이) 금액을 제시했는데, (저희가) 겨를도 없고 그거를 이용해서 합의하려고 일부러 거기서 죽치고 앉아서 있었던 거라고 저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씨 어머니는 합의금을 받으면 딸의 진실을 알 수 없게 될 것 같아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어 다음 날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결정했다.
A씨 어머니는 SPC 측이 장례식장에 빵을 보내온 일로 논란이 불거진 뒤 사과가 있었냐는 질문에 “아니요. 전혀 없었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 사망자가 나온, 거기서 만든 빵을 장례식장에 갖다 놓느냐. 그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A씨 어머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SPL 강동석 대표가 출석해 한 사과 발언을 두고도 진정성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강 대표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라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회사가 무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이 나오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으로 답변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에 A씨 어머니는 “그냥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잘못한 건 인정을 어쨌든 해야 될 것 아닌가. 책임을 질 사람은 처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SPC 측은 유족과의 합의 시도에 대해 MBC 측에 “유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예우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15명으로 구성된 관계자와 함께 경기도 평택의 SPL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 감식팀은 공장 3층에 있는 사고 혼합기를 중심으로 감식을 진행했다. 또 오작동 여부와 안전설비 확인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다만 감식팀은 “혼합기의 오작동 여부 등은 지금 단계에서 확정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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