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7%라는 숫자가 두렵다. 독주를 예비하는 숫자가 아니길.”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이재명 당대표의 높은 득표율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팬덤의 좁은 우물에서 탈출해야 한다”며 그간의 비판 주장을 이어갔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숫자가 팬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독선과 독주를 예비하는 숫자가 아니길 바란다”며 “이 숫자를 ‘압도적 지지’로 읽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권리당원 투표율 37%를 ‘압도적 외면’으로 읽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의 제목은 ‘압도적 지지로 읽을 것인가, 압도적 외면으로 읽을 것인가’였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 등 신임 지도부를 향해 축하한다면서도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지방선거 때부터 당대표는 이재명 의원이었고, 이번 전당대회는 그저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해 감동도 없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에 더해 “무엇보다 아쉬운 건 이재명 체제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세력은 침묵하거나 배제됐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세대 간 치열한 대결도, 정책과 비전 경쟁도 없는 ‘이재명 추대대회’는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권리당원 투표율은 37%로 매우 낮았고, 호남의 온라인 투표율은 19%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586을 이을 새로운 정치세력도 키우지 못했다. 97세대의 도전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났을 뿐”이라며 “무슨 가치를 추구하는지, 나이 말고 586세대와 뭐가 다른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박 전 위원장은 “파티는 끝났다. 지금부터 냉정한 평가의 시작”이라며 “진정한 변화는 진정한 반성과 성찰에서 시작한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무엇보다 이 대표 본인의 계양 출마 강행에 있었다는 점을 당원과 국민 앞에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약속을 지키려면 ‘개딸’ 팬덤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 대표의 대권 지지율은 20%, 전당대회 지지율은 78% 정도다. 민심과 당심이 무려 4배 차이가 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사와 민생의 분리’를 주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보복에 입법을 연계하면 민생은 실종될 것”이라며 “수사와 민생 분리 원칙을 선언하고, 저들이 아무리 탄압해도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이 대표를 지켜 줄 것이고, 윤석열 정권도 함부로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년 정치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며 “기후 위기, 차별금지법, 연금개혁, 1인가구, 인권 사각지대처럼 청년들이 관심 많은 과제는 청년들이 직접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단위를 당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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