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년 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이번 전쟁에서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확전에 나서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크림반도 반환을 논의하는 ‘크림 플랫폼’ 개회사에서 크림반도 탈환을 공식 선언했다. 크림반도는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로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됐다.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아 있다. ‘크림 플랫폼’은 크림반도 반환과 관련한 국제적 지지 확보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만든 정상급 국제회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것은 크림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림반도에서 끝날 것”이라며 “크림반도 수복이 ‘세계 법과 질서’를 다시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림반도 탈환은 반전운동의 측면에서도 가장 큰 조치가 될 것”이라며 “그건 사실이고 나는 100% 그렇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포를 극복하고, 우리 지역과 유럽, 전 세계의 약속과 안보를 되찾기 위해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승리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점령에서 해방해야 한다”며 “이것이 세계 법과 질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다른 나라와 상의하지 않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크림반도를 되찾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러시아는 대화를 전혀 생각한 적이 없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전선을 동결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피로감을 보인다면 이는 전 세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맞서 여전히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포기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목표물을 향한 미사일 발사 기지로 크림반도를 활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순항 미사일이 750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 약 40명의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해 60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대표가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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