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소형 식당을 돌아다니며 김밥을 40인분을 주문하고 사라지는 등 상습적으로 ‘노쇼’(예약 후 연락을 끊는 행위) 행각을 벌인 남성을 경찰이 쫓고 있다.
27일 KBS와 MBN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동구 일대 음식점에서 한 남성의 허위 주문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을 저지른 A씨는 주로 사장이나 종업원이 한 명 정도만 근무하고 있는 소형 업체를 노려 허위 주문을 하고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 22일 한 김밥집에서 “음식값을 나중에 주겠다”며 김밥 40줄을 포장해 달라고 했다. 연락처도 남겼다. 김밥집 사장 B씨는 약속한 수량대로 김밥을 만들었지만 A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입금을 약속한 돈도 보내지 않았다. 결국 김밥은 모두 폐기해야 했고, B씨는 하루 치 매출 상당의 손해를 보았다.
B씨는 “어제 먹었는데 김밥이 너무 맛있어서 주문한다고 했다”며 “(주문이) 40개가 들어오니 너무 반가워서 신나게 했었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나타나지 않자 그가 남긴 연락처로 전화해봤지만 소용없었다. A씨가 남긴 전화번호는 도용된 것이었다.
번호가 도용된 피해자 C씨는 “이런 전화가 한두 번이 아니다. 7년 넘게 이런 전화를 받았고, 많을 땐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왔다”며 “중국집, 카페, 꽃집, 가구점, 옷가게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소연했다.
C씨에게 연락을 해 왔다는 다른 업체들도 B씨 김밥집과 유사한 피해를 보았다.
카페 사장 D씨는 “지난 2월, 가게에서 가장 비싼 음료를 10잔 넘게 주문했다”며 “신고를 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워낙 소액이고 보복할까 봐…(하지 않았다)”고 했다. D씨 카페는 B씨 김밥집과 100여m 떨어져 있다.
중국 음식점 사장 E씨는 “‘직원들 오랜만에 한 번 먹인다’며 10그릇 넘게 시킨 것 같다”며 “돈을 주겠다고 해놓곤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주로 서울 강동구 지역을 돌아다니며 허위 주문을 한 것으로 보고, A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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