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전체 계급이 참여하는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철회된 배경에는 경찰국 신설 대응 문제를 논의하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해 온 총경들의 우려 표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경찰의 반발이 예상보다 더욱 거세지자 ‘총경 단체 대화방’에서는 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류삼영 총경이 직접 이를 만류하기로 결정했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총경 단체 대화방에서는 지난 26일 오후 긴급회의가 열렸다. 전국 현장팀장 회의가 전체 계급이 참여하는 전국 경찰 회의로 확대 추진되는 등 일선의 반발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더 이상의 집단행동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올렸음에도 경찰 내부망에서는 실명으로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리는 등 ‘집단 항명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류 총경은 단체 대화방에서 “우리는 법에 묶인 존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국 신설안은 당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태였다. 류 총경은 “일단 법령이 생겼기 때문에 그 법령이 잘못됐다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공무원 신분인 경찰의 위치를 강조하며, 일선의 반발이 자칫 위법 행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총경 회의 참석자들도 대부분 일선의 격한 반발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경 회의 참석자는 “악법도 법”이라며 “어쨌든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마당에 전국에서 경찰 1000명 이상 모이고, 이에 따라 대규모 대기발령 사태 등이 벌어지면 전국의 치안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총경들이 원한 것은 그런 불안한 모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총경들 사이에선 지난 25일부터 일선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전국 서장 회의에 참석했던 A총경은 25일 오전 내부망에 “지금은 총경들을 지킬 때가 아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총경은 일선의 지지 반응을 언급하며 “감사와 감동 못지 않게 걱정스러운 마음도 크다”면서도 “총경회의가 일으킨 에너지가 조직이 단결하고 화합은 계기가 되기보다는 내부 갈등과 분열로 소모되고 있어 안타깝다. 동료 여러분들께서는 총경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A총경이 글을 올린 시간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이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으로 경찰 내부는 더욱 동요했다. A총경의 만류는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일선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결국 26일 전국 경찰 회의 확대 공지가 나오는 등 대규모 항명 사태 조짐을 보이자 총경 단체 대화방에서는 “류 총경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류 총경은 이날 저녁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릴 수 있다”며 추가 모임을 공식적으로 만류했다.
한 총경급 인사는 “서장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이를 전달하려고 한 것일 뿐이었는데 일을 키운 것은 경찰청 지휘부와 행안부”며 “누가 국민을 불안하게 했는지, 누가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총경들의 목소리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경찰서장도 “전국 서장회의에서도 총경들은 내부 갈등을 부추기거나 지휘부와 맞서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경찰청장이 했어야 할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전국 서장회의가 해냈다. 더 이상이 집단 반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휘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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