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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애국가’ 제정 120주년…독일에서 왜 기념공연 열릴까

7월 1~2일 작곡가 프란츠 에케르트의 고국인 독일에서 초연

우리나라 첫 공식 국가(國歌)인 ‘대한제국 애국가’를 작곡하고 서양음악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독일 작곡가 프란츠 에케르트(왼쪽)와 대한제국 애국가의 악보 표지. 위키미디어·대한민국역사박물관

독일인 프란츠 에케르트(1852~1916년)가 작곡한 우리나라 첫 공식 국가(國歌)인 ‘대한제국 애국가’가 오는 7월 1~2일 에케르트의 고국인 독일에서 처음으로 연주된다. 이번 공연은 대한제국 애국가 제정 120주년을 기념해 주독일 한국문화원이 기획했다. ‘120년 만의 만남-Encount 120’란 타이틀이 붙은 이번 공연은 베를린 캄머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할레 시(市) 공동주최로 7월 1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2일 헨델 할레에서 열린다.

1900년 12월 고종 황제 칙령으로 창설된 대한제국 양악대를 지도하기 위해 이듬해 2월 한국에 온 에케르트는 15년간 대한제국 애국가를 만들고 대원들을 교육하는 등 우리나라 음악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1916년 타계한 그의 묘는 서울 양화진에 있다. 또한 에케르트 가족은 3대에 걸쳐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의 근현대사의 현장에 함께 했다.

1876년 개항 이후 신식 군대와 연계해 서양식 나팔과 드럼으로 구성된 곡호대(曲號隊)가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양악 도입은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이후다. 일본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에 군대 파병을 요청하러 간 민영환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거행된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에 참석해 러시아 군악대의 연주를 보고 귀국해 고종에게 군악대 창설을 제안해 허락받았다. 근대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서구식 악대인 군악대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러시아로부터 군악대에 쓰일 악기들을 들여오는 한편 군악대장 및 군악대원 3명을 요청했는데, 일본의 방해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프란츠 에케르트가 작곡한 대한제국 애국가의 악보와 가사 및 독일어 번역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그러다가 대한제국 양악대 창설 및 에케르트의 내한으로 우리나라에서 서양음악의 씨앗이 본격적으로 뿌려졌다. 프로이센(독일의 전신) 군악대 출신인 에케르트는 악기를 가져오고 단원을 모집해 탑골공원 서북쪽 부지에 별도로 음악학교 건물을 지어 불과 4개월 만에 최초의 서양음악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냈다. 당시 대한제국이 에케르트를 초청한 것은 에케르트가 일본에서 국가인 기미가요를 작곡하는 한편 음악교육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당시 조선에도 알려졌기 때문이다.

에케르트는 고종 황제의 명에 따라 국가 작곡에 착수했다. 악보에 ‘한국풍 주제에 의한 대한제국 애국가’라고 쓰여 있듯 그가 채보한 민요 ‘바람이 분다’를 모티브로 서양 음계와 리듬을 사용해 만들었다. 1902년 7월 1일 완성된 이 대한제국 애국가는 같은 해 8월 15일 정식 국가로 제정 및 공포됐으며, 9월 7일 고종 황제 생신연에서 초연됐다. 이후 대한제국 애국가는 세계 50여 국에 악보집이 배포됐다. 하지만 대한제국 애국가는 1910년 경술국치로 금지되고 일본의 기미가요가 불리게 됐다.

프란츠 에케르트가 이끄는 대한제국 군악대가 1902년 서울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음악회를 마친 후 외국인 청중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에케르트는 대한제국 군악대 폐지 이후에도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개인교습 등을 하다가 1916년 암으로 사망했다. 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의 저서 ‘프란츠 에케르트’에서 발췌

에케르트는 1907년 일본의 대한제국 군대 강제 해산에 따른 군악대 폐지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조선에 남아 음악을 지도했다. 그는 1916년 암으로 사망했지만, 그가 가르친 제자들은 이후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중추가 됐다. 그가 사망했을 때 조선과 일본은 물론 서양에서도 수많은 부고 기사가 실려 동아시아에서의 그의 음악적 공헌을 기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에케르트의 업적은 우리나라는 물론 그의 조국인 독일에서도 잊혔다. 일본의 경우 에케르트가 기미가요 작곡은 물론 음악교육 서적까지 펴낸 만큼 꾸준히 연구가 이뤄진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대한제국 애국가가 겨우 8년만 불린 데 이어 해방 이후 안익태의 ‘애국가’가 국가로 채택되면서 거의 잊혔다. 일본이 에케르트의 고향인 옛 프로이센 지역에 동상을 세워 업적을 기리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음악사 및 한국-독일 관계 연구자들에 의해 뒤늦게 연구가 이뤄지는 한편 최근 에케르트 기념사업회가 결성돼 업적을 기리고 있다. 주독 한국문화원의 대한제국 애국가 제정 120주년 기념 공연은 한국과 독일에서 에케르트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제국 애국가 제정 120주년을 기념해 주독일 한국문화원이 기획한 ‘120년 만의 만남-Encount 120’ 콘서트 포스터.

특히 이번 공연은 한국과 독일의 음악가들이 합세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연주는 유르겐 브룬스가 지휘하는 베를린 캄머심포니 단원 28명과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 15명으로 꾸린 한독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그리고 현지 합창단이 한국어로 ‘대한제국 애국가’를 부를 예정이다. 베를린 공연에서는 방한 공연을 가진 바 있는 ‘베를리너 징아카데미’ 합창단 60여 명이 참가하고, 할레 공연에는 할레시 소년 합창단 ‘슈타트 징에코어’가 참여한다.

이외에 이번 공연을 위해 주독 한국문화원이 작곡가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에게 위촉한 신작인 대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혼불VII- 조우’가 초연된다. 또 이아람 서울예대 교수가 연주하는 대금 협주곡 ‘Encounter’,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연주하는 슈만 첼로 협주곡 등이 준비됐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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