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성희롱 등 내부 문제가 불거진 위탁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 피해자를 포함한 직원들이 무더기로 실직했다. 피해 신고가 동료들의 실직으로 이어지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가 거꾸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2016년 서울숲 관리 업무를 맡은 민간위탁업체(재단법인)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후 환경정비원과 시설청소원에 대한 선발만 진행해 대다수 직군의 업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서울시가 해당 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한 건 재단법인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발단이었다. 피해자 박모씨와 몇몇 직원들은 2019년부터 팀장 A씨로부터 언어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박씨 등은 A씨에게 “그게 결혼 안 하고 나이든 여자의 특징” “섹스를 못 하면 저렇게 된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서울시에 조사를 의뢰했고,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0년 6월 회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신고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시민인권침해구제위로부터 “2차 피해에 해당한다”는 경고도 받았다.
가해자가 회사를 떠나고, 2차 피해에 대한 서울시 판단까지 나오면서 박씨 등은 사태가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만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민간위탁협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민원을 야기하는 등 각종 사건 사고에 연루돼 사업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인권침해, 회계부정, 부당노동행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피해자 박씨 등이 반복적으로 진정을 제기한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고용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씨는 “위탁계약이 해지가 되더라도 당연히 고용이 승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문제 때문에 피해자가 실직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 때문에 다른 동료들까지 실직하게 돼 인간관계도 망가졌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지담의 정정훈 변호사는 “결국 피해자만 또다시 실직이라는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한탄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2018년 ‘운영형태의 변경 등으로 운영 주체가 변경되는 경우 새로운 운영 주체가 고용 관계를 원칙적으로 승계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위탁 계약 기간이 정상적으로 종료된 이후 직영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고용 승계는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대신 위탁업체에 서울시의 다른 채용 사안과 구직 정보를 적극적으로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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