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해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미흡한 대응을 했더라도 현행 국제법에는 코로나19 사태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취지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국가책임’ 논문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해 다른 나라로 확산했다는 전제에서 중국에 국제법상 국가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했다.
논문은 국제적 감염병 사태를 고려해 도입된 조약인 ‘2005년 개정 국제보건규칙’(IHR 2005)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대응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약은 체결국이 ‘국제보건위기상황’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그러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관련 정보를 국제보건기구(WHO)에 지속해서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했다. 이 조약에는 중국 등 WHO 회원국 194개국을 포함해 총 19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은 이 조약의 구체적인 조항을 코로나19 사태에 적용해 국가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이유는 WHO에 제공해야 할 정보 목록에서 바이러스 병원체 표본 등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를 한계로 지적하면서 “(WHO에 제공해야 하는 정보로) 공중보건정보, 발병 사례, 실험실 검증 결과, 위험의 출처와 유형, 발병자·사망자 수, 질병 확산에 영향을 주는 환경, 새로운 보건 조치, 사태 대응 관련 난관 및 지원 필요사항이 나열돼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팬데믹 대응을 위한 필수 항목은 빠져 있다. 병원체 표본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응에 있어 바이러스 샘플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이미 이전의 감염병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며 “샘플 또는 이에 준하는 정보가 누락된 (현행) 조항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20년 미국이 중국을 향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을 파괴했다고 비판하자 중국은 ‘유전자 서열’을 공유했으므로 샘플 공유는 불필요하다고 맞섰다.
더 나아가 개별 국가가 특정 상황을 ‘국제보건위기상황’으로 인식하는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IHR 2005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국가의 주관적 판단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논문은 “지금 시점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근세 최대 위기 상황을 초래하였음이 분명하나 과연 2020년 1월 상반기에도 그러한 인식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특히 이 시점에 중국이 자국의 신종 호흡기 감염병이 ‘국제보건위기상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었는지 규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또 “만약 해당국 입장에서 ‘국제보건위기상황’에 이르는 바이러스일 줄은 그 시점에서 ‘몰랐다’고 할 경우 이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논문은 “IHR 2005가 새로운 형태의 팬데믹에 대한 충분한 대응 기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팬데믹의 독특한 상황을 염두에 둔 법리의 확인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