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평균 16% 가까이 오르며 곳곳에서 ‘폭탄 고지서’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보험료 인상 이유로 일부 블랙컨슈머들의 과도한 실손보험금 청구와 브로커 조직의 보험사기가 꼽히지만, 피해액이 십수억원에 달해도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 2022-1호를 발령했다. 브로커 조직이 유인하는 실손의료보험사기에 유의하라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최근 합법적 기업활동을 가장하고 SNS 등에서 활동하는 브로커 조직이 환자를 불법모집해 병원에 소개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럴 경우 보험사기에 연루될 위험성이 높고, 적발시 사법당국의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 브로커 조직은 환자를 병원에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병원과 공모해 실손보험 청구 대상이 아닌 치료를 받고도 보험대상인 치료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치료 내용을 부풀려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금감원이 소개한 보험사기 사례를 보면, 우선 기업형 브로커가 나서 병원에 환자를 알선하고 소개료를 받는 방식이 있다. 환자가 실제로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치료를 받도록 유인하고 진료기록을 조작해 보험금 지급 대상인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내는 방식이다. 보장 대상이 아닌 약제를 처방받고도 다른 약제를 받은 것으로 서류를 위조하거나, 실제 진료한 사실이 없음에도 여러번 진료한 것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조직범죄의 형량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한의원과 공모해 환자를 소개하고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총 15억9000만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A브로커 조직 대표의 경우 징역 2년8개월을 받는데 그쳤다.
병원 관계자와 공모해 병원에 실손보험 가입자를 소개하는 등 중개자 역할을 했던 환자모집책 역할의 주부 B씨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실상 처벌 없이 풀려난 것이다. 허위진료기록을 작성·발급해 6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발생시킨 사건의 경우에도 진료기록을 조작한 의사 C씨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을 뿐이었다.
현행법상 의사는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의사면허를 박탈할 수 없게 돼 있다. 대규모 피해를 야기해도 벌금을 완납하거나 징역형을 마치고 출소하면 다시 의사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만큼 보험사기의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특히 이런 조직적 보험사기는 실손보험업계의 적자를 누적시켜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현혹되어 보험사기에 연루될 경우 공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금감원은 유관기관과 공조하여 조직형 보험사기 조사 및 적발을 강화하고, 관련 행정제재도 엄정하게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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