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서 잠든 김 하사, 70년 만에 유족 품으로

입력 : 2022-01-07 10:59/수정 : 2022-01-07 15:14
백마고지 정상의 국군 전사자 추정 유해 발굴 모습. 국방부 제공

지난해부터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에서 유해발굴이 진행된 이후 처음으로 유골의 신원이 확인됐다. 유품 중 숟가락에 쓰여있던 ‘金’자가 신원 확인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7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에 따르면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의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 중 하나가 고(故)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군 제9사단 30연대 소속이었던 김 하사는 6·25전쟁 기간 중인 1952년 10월, 강원도 철원 북방의 백마고지에서 중공군의 공격에 10일 내내 이어진 전투에서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있었던 시기인 당시 국군이 군사적 요충지인 백마고지를 지키기 위해 중공군을 상대로 12차례의 공방전을 벌였다. 고지의 주인이 7차례나 바뀌는 등 대혈전을 치렀다는 기록도 있다. 백마고지에서 쓰러진 국군 사상자는 3400여명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중공군의 사상자는 1만3000여명이었다.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유품 숟가락 뒷면. 국방부 제공

김 하사의 유해는 지난해 머리뼈·하체 부위의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로 수습됐다. 현장에서는 숟가락, 전투화, 야전삽, M1탄 등 김 하사의 유품도 다수 발견됐다.

김 하사의 신원을 찾는 데에는 현장에서 유해 옆에서 발견된 그의 숟가락에 쓰여있는 글자들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보급품으로 받아 똑같이 생긴 숟가락을 구분하기 위해 자신의 성 ‘金’ 등을 적어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성을 가진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를 김 하사의 것과 비교해서 가족들을 찾아냈다.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유품들. 국방부 제공

김 하사는 6·25 전쟁 전까지 생전 농업에 종사하며 어려운 가정을 도우며 살았다. 전쟁이 발발하자 20세의 나이로 마을 주민의 환송을 받으며 입대했다고 한다.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던 고인의 어머니는 1989년에 세상을 떠났다. 남동생 김영환(75) 씨는 “형이 70년이 지나서 유해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살아오는 것만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방부는 유가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귀환 행사 및 안장식을 준비할 예정이다.

백마고지 정상의 국군 전사자 추정 유해 발굴 모습. 국방부 제공

군은 지난해 9월부터는 110일 동안 백마고지에서 총 37점(잠정 유해 22구)의 유해와 8000여 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 백마고지에서의 유해 발굴은 올해도 계속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유전자 시료 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약 5만여 명으로, 시료가 많이 부족하다”며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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