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딸과 10세 아들을 둔 A씨는 남편과 이혼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A씨가 키우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양육비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A씨와 남편의 월 소득(세전)은 각각 300만원, 500만원 수준이다. A씨가 남편에게서 받아야 할 적정 양육비는 얼마일까.
양육비 산정 기준표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양육비 다툼 시 참조할 수 있는 개정판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22일 발표했다. 2012년 처음 만들어지고 2014년, 2017년 두 차례 개정을 거쳐 4년 만에 새로 쓰였다.
바뀐 기준표에 따르면 만 13세 딸의 표준 양육비는 198만4000원이다. 10세 아들의 표준 양육비는 188만7000원으로 합치면 387만1000원이 된다. 이를 부부 소득 비율에 따라 남편이 62.5%, A씨가 37.5%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A씨는 자녀 2명에 대해 매월 241만9375원의 양육비를 받아야 적정하다. 4년 전 기준표(231만6000원) 보다 월 10만원 정도 늘었다.
새 기준표는 고소득 구간도 세분화했다. 2017년 기준표는 부부 합산 월 소득이 900만원 이상인 경우를 한 구간으로 다뤘는데, 개정 기준은 이를 900만~999만원, 1000만~1199만원, 1200만원 이상 세 구간으로 나눴다. 부부 합산 월 소득이 199만원 이하인 경우 책정되는 최저 양육비도 올랐다. 아이가 만 2세 미만일 경우를 예로 들면 소득이 없는 전 배우자도 최소 26만4000원은 양육비로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준표대로 양육비가 책정되진 않는다. 양육비 확정 시 여러 가·감산 요소가 고려된다. 부모의 재산 상황, 자녀 수, 자녀의 거주 지역, 자녀의 중증질환 여부 등이다. 합의하에 고액의 교육비를 지출하기로 했는지, 비양육자가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지도 따진다.
법원이 구체적인 기준표까지 둔 건 비양육자의 성실한 양육비 지급을 위해서다. 2012년 전까진 민법의 추상적인 규정에 기대 양육비를 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사건마다 양육비가 달리 결정됐고, 법적 판정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길었다.
다만 기준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실제로 당사자 합의로 소액의 양육비만 지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 노현선 양육비이행관리원 부장은 “한부모가 생각하는 적정양육비와 현실적으로 지급받는 양육비 금액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난다”고 지적했다.
합의된 양육비가 지나치게 적을 경우 법원이 조정할 수도 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현장에선 기준 범위 내에서 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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