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6일 장남의 불법 도박 문제에 대해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하여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죄했다.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논란에 화력을 집중하던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악재에 곤혹스런 표정이다.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대선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장남 이모씨의 불법 도박 의혹이 제기된 이날 곧장 사과문을 내고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 후보는 “아들이 일정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라며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사죄했다.
이 후보는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도박 중단)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2019년 1월부터 최근까지 온라인 포커를 했다고 한다.
게임당 판돈으로 10만~30만원 가량을 썼는데, 게임에서 계속 잃게 되자 그만 뒀다는 설명이다.
선대위 측은 이씨가 올린 것으로 보이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에 대해선 “실제 성매매를 한 게 아니라 치기 어린 마음에 없는 사실을 꾸며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남 이씨도 사과문을 내고 “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암초처럼 갑자기 불거진 이번 문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빨리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선 전략의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이 터지면서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장남 도박 논란의 여파가 얼마나 클지 모르겠지만 김씨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고 답답해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누가 더 나쁘나’ 경쟁을 하는 것 같다”며 “이번 대선이 네거티브로 얼룩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이날 구차한 해명 없이 사과를 거듭했다.
하지만 장남 이씨가 경찰 수사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상습도박 혐의로 이씨를 고발했다. 상습도박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후보는 인터넷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을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에겐 안타까운 일이라도 무한 검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책임이라도 다 지겠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오주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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