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곡진 광부들의 삶을 앵글에 담아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전제훈의 전시가 화순 소아르갤러리(관장 조의현)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경북 문경, 충남 보령, 전남 화순, 강원 태백 등 국내 4곳뿐인 탄광에서 ’증산보국(增産報國)’이라는 제목으로 진행 중인 순회전이다.
문경과 보령을 이어 화순에서 세 번째로 관객들을 만나는 전시회에서는 30년 넘게 갱내 화약관리사로 근무 중인 현직 광부 전제훈이 ‘1인칭’ 시점에서 촬영해온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 작가는 사라져가는 석탄 산업의 현주소를 기록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10여년부터 갱내에서 틈틈이 셔터를 눌러왔다. 그동안 전 작가의 카메라에 의해 탄생한 작품사진은 무려 10만 점에 달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갱 막장을 오가면서 접한 동료 광부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그의 사진에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생생한 채광 현장의 모습과 광부들의 주름진 얼굴들이 담겨 있다.
전시 제목인 ‘증산보국’은 전제훈 작가가 중학생 때, 형이 일하던 탄광에 가서 만난 글귀.
국가적으로 석탄 생산을 독려하던 1970∼80년대, 모든 탄광의 정문 현수탑에는 이 글귀가 빠짐없이 적혀있었다. ‘생산을 늘려 국가의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의 이 구호가 노동자의 건강은 배려하지 않는 고강도 노동 착취 슬로건에 불과했다는 것을 작가는 뒤늦게 깨달았다고 증언한다.
전국에 네 곳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 광부’들과 탄광을 떠난 이후에도 진폐증 등 여러 후유증에 시달리는 ‘선배 광부들’, 그들을 위해 기획된 순회전 ‘증산보국’은 오는 23일부터 12월 8일까지 16일간 화순 소아르갤러리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화순은 1904년 화순 출신 박현경(1883~1949)이 동면 복암리 일대의 석탄을 확인한 이후 채탄을 시작한 탄광 지역. 20여개의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의 수가 1600명에 달했던 80년대 중반이 전성기였다.
현재는 화순광업소 1곳만이 운영되고 있다. 광부 역시 300여명으로 크게 줄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 작가는 “석탄합리화 정책이 시행된 지 30여년만에 전국에 300곳이 넘던 탄광이 4곳 밖에 남지 않았다“며 “마지막 광부 세대로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탄광에 얽힌 내 광부들의 애환을 앵글 속에 담아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