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현지시각으로 15일 대통령궁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 사령관들이 이날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대원 수십명과 함께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탈레반 깃발을 게양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에 “전쟁은 끝났다”면서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면서 15일 밤에 곳곳에서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현지 방송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1TV는 밤이 되자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하고, 외교관들과 관리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간 공항 근처에서도 총격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한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80명의 부상자가 이송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탈레반은 대국민 담화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방적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AP통신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대통령궁에서 새 정부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말했으나, AP통신은 이 계획은 일단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BBC방송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는 향후 수일간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원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탈레반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치국장인 바라다르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 승리는 비교될 수 없는 위업이지만, 아프가니스탄 통치의 진정한 시험은 권력을 손에 넣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다르 국장은 탈레반의 승리는 신속했고 그 어떤 상대도 대적할 수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런 입장 발표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여성 인권이 제약되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여성들은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인권 암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탈레반은 국영방송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아라비야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카불에 있는 국영TV를 장악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속보] “아프간 한국 대사관 폐쇄…대부분 제3국 철수”
▶로이터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도피처는 우즈베키스탄”
▶“미국이 돌아왔다고?”…국제사회 비난 직면한 아프간 패배
▶‘빛의 속도’ 줄행랑 아프간 대통령 “유혈사태 피하려…”
▶中,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하자 기다렸다는 듯 “일대일로 추진”
▶20년만에 재집권 탈레반 최고지도자는 ‘은둔형 리더’ 아쿤드자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