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영화 ‘미나리’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여정은 미국 현지 시간 25일 오후, 한국 시간 26일 오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우조연상 후보로 참석한다.
배우 개인이 연기상 후보에 오른 건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이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을 거머쥔 ‘기념비적인’ 지난해에도 연기상은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송강호의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가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불발됐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공개 이후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가 넘는 상을 받았고 이 중 30여개를 윤여정이 받으면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배우조합상(SAG) 수상 이후 현지 매체들은 윤여정의 수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여정이 수상하면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하면 한국 최초의 배우 최초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가 된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후보 지명 당시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경쟁을 싫어한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낀다”고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은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이후 압도적인 수상 기록을 이어 온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작품상은 ‘노매드랜드’와 ‘미나리’ 외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프라미싱 영 우먼’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사운드 오브 메탈’ 등 8개 작품이 경합한다.
미국 서부 시간 기준 25일 오후 5시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ABC방송을 통해 전 세계 225개국에 생중계된다. 국내에서는 TV조선이 오전 9시부터 독점 생중계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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