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숨지게 한 사형수가 형 집행을 두 달 앞두고 고통이 심한 독극물 주입 대신 총살을 원한다며 사형 방식의 변경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일각에선 형 감면을 위한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바다주 사형수 제인 마이클 플로이드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3단계로 진행되는 약물 주입 사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선 사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사형수가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플로이드는 머리에 총격을 가하는 총살을 제시했다. 플로이드 변호사는 소장에 총살이 “약물 주입식보다 (집행이) 빠르고 고통이 덜하다”라면서 ‘가장 인도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사형제를 유지하는 주들은 대체로 약물 주입식을 택하고 있다. 총살이 가능한 주는 미시시피주, 오클라호마주, 유타주 등 3곳에 그친다. 이외에 군인에 대해서는 총살이 허용된다. 네바다주는 한때 총살을 허용했으나 현재는 금지된 상태다.
플로이드가 이의를 제기한 3단계 약물 주입 사형방식은 처음엔 무의식을 유도하는 약물을 주입한 뒤 근골격계를 마비시키는 약물과 심박 정지를 유도하는 약물을 차례로 주입해 사형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1단계 약물이 무의식 상태를 유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사형수가 고통 속에 죽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서 네바다주에서도 2017년과 2018년 스콧 레이먼드 도지어라는 사형수가 약물 주입 사형방식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이라고 주장해 두 차례 사형집행이 연기된 적 있다. 미국 수정헌법 8조는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 부과를 금지한다.
일각에서는 플로이드가 네바다주에서 사형제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노리고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네바다주 하원은 지난 13일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의결해 상원에 넘겼는데, 법안이 확정되면 플로이드가 종신형으로 감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로이드를 변호하는 공공변호인 브레드 레빈슨은 사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지연 전략’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플로이드의 사형집행은 6월 둘째 주로 예상된다. 이는 네바다주에서는 15년 만에 있는 사형집행이다. 만일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집행이 유예될 경우 플로이드는 6월 22일 예정된 주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감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는 지난 1999년 라스베이거스 한 슈퍼마켓에서 산탄총으로 4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이듬해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김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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