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동시에 가계가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끌어다 쓴 자금 역시 173조원이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투자의 상당 부분이 ‘빚내서 투자’(빚투)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와 기업이 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 역시 모두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금운용액은 19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92조2000억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자금순환은 경제 주체와 금융자산별 자금 흐름을 기록한 것으로, 순자금운용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리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값이다. 일종의 여유자금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급증한 것은 재난지원금 등으로 소득은 늘었지만,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사상 최대인 17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84조3000억이 증가했는데, 금융권에서 대출 받은 자금만 171조7000억원에 이른다.
끌어온 돈은 단기예금으로 쌓이거나 고수익 금융자산으로 흘러들었다. 가계가 지난해 국내 주식(63조2000억원)과 해외 주식(20조1000억원) 취득에 들인 돈은 83조3000억원에 이른다. 모두 기존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에 굴린 돈은 종전 최고치였던 2019년의 2조1000억원보다 10배나 불어난 규모다. 그 결과 가계 보유 금융자산 중 주식 및 투자펀드 비율은 2019년 18.1%에서 지난해 21.8%로 1년 새 3.7% 포인트 늘었다.
정부 부문은 2019년 29조5000억원의 자금 순자금운용 상태에서 지난해 27조1000억원의 순자금조달로 돌아섰다. 굴리는 돈보다 빌린 돈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정부가 순자금조달을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5조원 순조달) 이후 11년 만이다.
방중권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소비·투자가 확대되고 재난지원금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해 이전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 수요도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지난해 금융을 제외한 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88조3000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인 74조6000억원(2011년)보다 14조원 많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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