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연출가 앙드레 앙투안은 1903년에 연출의 영역에 대해 ‘지금 막 태어난 예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연출자에 의해 공연텍스트는 희곡 언어의 윤곽을 재현·해석·해체돼 오면서 현대연극의 언어는 창조적인 형태와 형상, 이미지, 첨단기술과 융복합된 독창적인 언어로 전이(轉移)되어 왔다. 텍스트가 무대 공간표면으로 설계된 언어의 함의(含意)는 미학적이면서도 투박한 미장센으로 농축되고 연극 언어로 발화된다. 이 경계에서 희곡과 공연텍스트를 구현해 내는 창작집단은 ‘연출’의 입체적인 해석에 따라 창작 작업방식을 분리하게 된다.
배우는 공연텍스트를 연출 설계도면으로 극중 인물을 투사시키며 극(劇)은 허구와 실재를 병합하고 유람하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 공간으로 재창조된 살아있음으로 때로는 균형적이면서 불균형적인 연극 언어의 교집합을 이탈하며 표현된다.
(사)한국연출가협회 신진연출가전 3관왕<작품상, 연출상, 남자연기상(남기용)> 연출가전 데뷔전 성적표를 받은 창작집단 툭치다 문병재 연출 <연출의 탄생>은 공동창작집단을 표방하면서 연극작업을 해왔다.
단원들과의 '공동’ 작업방식에서 연출을 중심으로 하는 ‘창작집단’으로 선회한 단원들의 사유와 통증의 고뇌를 6개 작품 작업 과정을 연대기(작품 연보)로 연결해 현실의 속살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공동창작집단을 그려내는 작업 과정의 실제 영상인터뷰와 영상으로 투사되는 공동작업 과정들, 그리고 공연된 작품들과 작업 과정들이 재현/실재의 방식들로 그려지고 연출이 탄생하기까지 창단작품부터 시간의 결을 따라 뉴다큐멘타리 표현방식으로 묶어낸다.

균형과 불균형의 관계의 방식
연출의 탄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존재하는 단원들 이야기다. 실제 작업하면서 경험하거나 공동창작집단 생활의 고민 들을 실제 인물들과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무대를 간결하게 끌고 간다. 한 인물(연출, 배우들)의 고백과 이야기는 실제 경험과 고백들이다. 특정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동으로 공감하는 이야기다. 무대는 공동창작집단으로 출발한 툭치다의 작품들이 재구성되는 실제 공간이자 재현되는 작품들이 사실과 허구의 경계로 병치 되는데, 공동창작집단 툭치다의 단원들이 공연을 올리는 극장 공간이자, 실제 연극작업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전동드릴, 줄자, 사포 등 무대 작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이 미니멀한 연극적 오브제로 무대 앞에 배치된다. 배우(단원)들은 공연을 올리는 공간으로 그대로 살리고 실제 작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데, 조명을 달거나 무대장치 작업을 하면서 공동창작 과정을 실제 경험과 고백형식으로 전달한다. 정사각형 구역으로 분리는 공간은 단원의 역할로 분한 배우로, 실제 자신으로 공동창작을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가상공간이 된다.
배우들은 목재를 들고 입체적인 각도를 구성하며 2015년 젊은 연극제 프린지페스티발에 참가한 공동창작집단 툭치다의 첫 번째 작품 <툭치다> 작품 만들기 첫 과정을 소개한다. 공동창작집단 툭치다는 자신의 이야기하기 방식으로 공연텍스트를 만들고 단원들 각자의 경험과 삶들을 솔직하게 들어내는 창작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영상으로 투사된 배우들은 나무 의자를 만들기도 하고, 연출의 군대 생활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공동창작집단 툭치다의 창작과정을 입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때쯤 관객은 “어, 저 배우들 이야기 실제상황이야, 연극이야?” 하게 된다. 단원들 이야기, 공동창작방식, 극단생활, 공동창작에서 느꼈던 점들을 영상인터뷰로 전달하고 공연된 작품<쉴 사이!>, <꿈틀꿈틀>, <제목정하다 밤새겠네>, <한눈팔이 소녀 ㄴ들!>, <어떻게든 댄스> 등 공동작업을 하면서 탄생한 시간을 재소환한다. 소통방식의 문제, 공동창작의 이견(異見)들을 쏟아내며 형성하는 관계의 방식은 불편한 진실로 불협화음의 연속이 된다.
나무 의자는 같은 방식으로 목재를 자르고, 사포로 문지르고, 망치로 균형을 잡고, 동일한 모양을 만들어도 형태가 불안전한 불균형의 연속이다. 정사각형 작품 공간을 이탈해 주변을 반복하며 달리는 남기용의 달리기는 공동창작의 혼돈과 혼란스러움으로 표현된다. 공동창작의 누적된 피로로 극단이 쉬기로 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될 수 없는 의자와 무대는 해체되고 분해된다.
무대는 2017년도에 단원들이 쉬기로 하면서 그동안 공동창작 작업을 할 수 없었던 1년의 생활과 각자의 이야기들은 영상(영상회의 장면) 아카이브로 투사된다. 조감독 생활, 외국 여행, 시간제 연극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과 연극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단원들은 각자 삶의 방식에 공감하고 이후 무대는 <공동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창작집단 툭치다>로 변화되는 ‘연출의 탄생’은 균형적인 의자로 표상(表象)된다. 신진연출가전 출품작품 ‘연출의 탄생’은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공동창작집단에서 선회한 수직적인 창작집단 툭치다의 첫 작품이지만 여전히 공동/창작집단의 경계의 혼란스러움은 유효하다.

현실을 배회하는, 정치의 함수
연출의 탄생 이전까지 단원들한테 연극작업은 수평적이면서도 민주적인 방식을 거쳤던 공동창작의 과정이었다면 연출의 탄생부터는 문병재 연출을 중심으로 하는 창작집단으로써 ‘툭 치다’가 된다. 공동창작은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작업방식으로 작품은 공동의 언어가 될 수 있고, 창작집단은 공연텍스트를 함축하고 응축하는 연출의 해석으로 무대가 설계되는 수직적인 창작 작업을 거친다. 창작집단과 공동창작집단 경계의 사유가 무대로 상징되는 것은 의자다. 공동으로 작품을 만들고 연습할수록 의자는 공동작업방식에서 돌출된 사유의 내면으로 표상하는 미완성의 불균형한 의자로 남아있고 창작집단의 <연출의 탄생>을 알리는 것은 웰 메이드(well-made)의자로 환치된다. 그러나 극의 마지막 장면에 연출은 두 의자를 나열해 배치한다.
수평적 관계를 이탈해 수직관계로 형상화된 작품의 의자를 여전히 혼돈스러움으로 바라본다. 공동창작집단은 연출이 존재하면서도 텍스트가 연극 언어로 설계되기까지 연출의 해석과 시선을 이탈해 공동으로 표현과 방식, 무대 언어로 수평적인 관계로 형성된다면, ‘창작집단’의 툭치다는 연출에 의해 표현되고 해석되는 연극 언어의 설계로 작업방식이 분리된다.
툭치다의 공동작업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들은 충돌, 불균형, 혼돈, 혼란, 자율, 자유, 수평, 공동, 책임과 자율, 역할, 미완성 등으로 단원들이 공동창작으로 겪게 되는 사유는 분리되고 연출에 의해 균형, 질서로 완성된 의자도 충돌과 혼란, 불균형적인 미학(美學)이 거세된 질감과 색감은 온전히 완성할 수 없는 작품으로 남게 된다. <창작집단 툭치다>는 그 경계 사이에서 사유(思惟)는 배회하며 유람한다.
이 두 의자를 정치적인 함의로 읽어내면, 민주적인 수평적 관계로 형성된 여전히 미완의 나무 의자는 진보적이며 시간의 흐름으로 수직적인 질서를 선택한 보수는 웰-메이드 된 의자다. 그러나 진보적인 역동성에서 보수의 안정적 질서로 편입된 현재에도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는 혼란스러움의 경계를 유람할 수밖에 없는 일부 386세대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은유(隱喩)다.

<연출의 탄생>은 태극기 부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배우 5명의 실제 이름을 등장인물로 차용하고 있는 대진, 진규, 동희, 지윤, 기용은 연출의 이야기를 동일화된 실제 연출의 경험과 고백,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경남 창원에서 편의점을 하며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인터넷으로 버튼만 누르면 되는 석방 탄원 국민청원과 스마트 폰에 익숙하지 않은 52년생 용띠 아버지는 김성환의 ‘내 나이를 묻지 마세요’를 즐겨 부른다. 제주도 여행권을 타려고 아들과 전국 노래자랑에서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아버지는 태극기 부대가 되고 싶은 이들 세대의 아버지이며 단원과 연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세대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인 이념을 이탈할 수밖에 없는 연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나 구속에 일조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에게는 적일지도 모르는 관계로 자의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들로 그냥 할 때도 있는, 혹은 절대 못 할 때도 있는 관계 사이에서 연출은 공동창작집단 툭치다 때의 창작자들과의 관계로 느껴진다고 고백한다. 이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교차 되며 연결되는데, 아버지의 ‘내 나이를 묻지 마세요’는 배우들이 불협화음의 비트박스로 표현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공동창작으로 만들어진 투박한 미완의 불균형한 나무 의자와 연출에 의해 탄생된 웰-메이드된 의자(작품) 사이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아버지 세대를 닮아가야 하는 불편한 불안함으로 투영된다.
연출은 두 의자를 대비시키며 아버지가 즐겨 부르는 ‘내 나이를 묻지 마세요’를 장면마다 리듬을 달리하고 마지막 장면에 그대로 차용한 것은 민주적인 수평적 방식을 거세하고 수직적 창작방식의 선택에 있어 공동·창작집단의 경계 사이에서 ‘툭치다’는 여전히 불안하고 미완성된 의자로 남게 되며 현실을 배회하며 정치적인 함수로 정치적인 이념을 이탈해온 시대의 흐름과 흔적들을 포착한다. 그 범주의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마치 두 의자의 경계를 유람하는 것처럼.

▶(사)한국연출가협회 신진연출가전은
한국연출가협회는 대한민국 연출가로 구성된 10인의 준비위원회(김정옥, 임영웅, 김우옥, 문고헌, 김도훈, 손진책, 윤호진, 심재찬, 김아라, 김철리)를 거쳐 ‘서울연극연출가그룹’이 발전되어 출범한 단체로 300여명의 연출가들이 소속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연출가그룹 발전적 해체(1991)후 ‘한국연극연출가협회’로 출범(초대회장 임영웅)됐다. 현재는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해(2019) 윤우영 연출(초대이사장)이 (사)한국연출가협회를 이끌면서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신춘문예 단막극전>, <아시아연출가전>, < 연출가 포럼>등을 개최하고 있다.
제7회 올해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은 <아르바이트>(예술집단 순, 연출 홍순섭), <별무리>(우주고래, 연출 김우림), <황제의 전갈>(스튜디오 말리, 최서은 구성연출), <연출의 탄생>(창작집단 툭치다, 문병재) 4개 작품이 경연 참가작으로 공연됐다. 작품상 <연출의 탄생>, 연출상 <연출의 탄생> 문병재 연출, 남자연기상 <연출의 탄생> 남기용, 여자연기상 <아르바이트> 함민영, 무대예술상 <별무리> 유태희 (무대디자이너)가 받았다. 대한민국신진연출가전은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1차 심사를 거쳐 최종 본선 경연작품을 확정하고 있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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