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입주한 동물들의 식량 비용마저 감당하지 못하게 된 독일의 동물원들이 후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동물들을 순서대로 도살해서 서로에게 먹이로 줘야 할 지경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14일(현지시각) 전했다.
독일 북부에 위치한 네우뮌스터 동물원의 베레나 카스파리 원장은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도살할 순서대로 적은 동물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카스파리 원장은 입주한 동물을 죽이고 살리는 문제는 “불쾌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시 동물들을 도살할지라도 경영난은 해소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바다표범과 펭귄은 매일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양의 신선한 물고기를 먹어야 한다. 카스파리 원장은 “굶어죽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어 안락사 해주고 싶다”면서 “머지않아 동물들을 잡아 서로에게 먹이로 줘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올 봄 해당 동물원의 소득 손실은 약 17만5000유로(2억3300만원)이다.
독일동물원협회의 요르그 윤홀트 회장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이번 폐쇄로 인해 독일 동물원 전체에서 매주 약 50만 유로(6억70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물을 쉴 틈 없이 돌보아야 하는 사업 특성상 동물원은 휴업해도 비용을 절감할 수 없다. 전시된 동물들에게 매일 먹이를 주고 보살피며, 열대 동물 전시관의 경우에는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에 독일의 동물원들은 시민들에게 기부를 호소하면서, 정부에는 도합 100만 유로(13억3000만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독일 DPA통신은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최고 명소 중 하나인 쇤브룬 동물원은 기존 적립금으로 겨우 지탱해왔다. 하지만 지난 1일 230명의 직원 중 70%를 3개월 무급휴가를 보내야 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쿠르자르베이트(보조금을 제공받는 단시간 노동) 제도를 운영하므로 경영이 어려워져도 직원 대부분은 근무 시간이 단축될 뿐 일자리를 잃지 않는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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