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일본 약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하라고 규제 당국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약은 일본 후지필름의 자회사가 개발한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아비간’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미 정부에 일본으로부터 아비간의 기부를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에 아비간의 비상 사용 승인을 내주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폴리티코가 보도한 복수의 관리와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직업 관료들은 아비간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외 규제 당국과 전문가들도 선천적 장애 등 아비간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공식 승인하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내 움직임이 아베 총리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미 정부의 한 관리는 아베 총리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이러한 구상에 대해 이야기했고, 미 행정부 내에서 열광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후지필름과 FDA, 미 보건복지부는 최근 여러 주 동안 아비간의 미국 내 임상시험 가능성을 논의했고, 후지필름은 이번 연구에 대한 미 정부 재정지원까지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미 보건당국 관리들이 일본과 후지필름의 오랜 로비에도 아비간의 미국 사용을 여러 차례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최근 ‘심각한 부작용’을 이유로 아비간의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당시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아비간은 동물실험에서 태아 독성과 사망이 보고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폴리티코는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뛰어든 트럼프 대통령이 아비간 외에도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지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FDA에 압력을 가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FDA가 최근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비상 사용을 허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직업 관료들은 두 약물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며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키맨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도 이날 CNN에 “클로로퀸이 효과가 있다는 최종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