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실태를 고발해온 시민기자가 또 실종됐다. 앞서 지난 6일부터 연락 두절 상태인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에 이어 두 번째다.
15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사라진 시민기자는 우한 지역 의류판매업자로 활동해온 팡빈이란 이름의 남성이다. 그는 유튜버로 활동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역시 중국 전통의상 관련 영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승합차 내부를 촬영한 40분짜리 영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에서 그는 살짝 열린 승합차 문틈으로 시신을 담은 포대 8개를 포착했고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과 4일에는 중국 당국이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는 고발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팡빈은 “중국 당국이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하고 시신 포대 영상을 촬영한 경위를 심문했다”며 “내게 질문을 하겠다며 찾아와 집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을 찍었는데, 내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그들이 집 문을 부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9일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에서 팡빈은 중국 당국을 ‘독재’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사복경찰들에게 둘러싸였다”며 “모든 시민이 저항한다. 인민에게 권력을 돌려달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를 고발한 시민기자가 흔적 없이 사라진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현지에서 유명한 시민기자 천추스는 지난 6일부터 지금까지 실종된 상태다. 그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보도하는 등 여러 활약을 펼쳐 이미 명성이 높은 시민기자다. 이번에도 우한 병원 풍경, 심각한 코로나19 환자 상태, 괴로워하는 환자 가족들의 모습 등을 여과 없이 공개했었다.
NYT는 두 시민기자의 실종에 대해 “이들의 영상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처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불만을 나타내는 징후”라며 “집권 공산당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풀어줄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도력을 강조하면서 이에 반하는 인물에 대한 보도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온라인에서는 천추스와 팡빈의 이름이 거의 검색되지 않고 있는데, 이들 관련 게시물을 당국에서 삭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코로나19는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수호자’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관련 헛소문을 퍼뜨린 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350명이 넘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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