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반일 사상을 강요 당했다”며 학교 측에 항의하다 징계를 받은 서울 인헌고 학생에 대해 징계 절차를 잠시 멈추라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은) 17일 인헌고 학생 최인호군이 학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조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최군에 대한 학교 측 징계가 정당한 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징계 처분을 중단하라는 취지다.
최군은 지난해 10월 인헌고 교사들이 교내 마라톤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반일 문구’가 적힌 선언문 작성을 강요하고, 이를 몸에 붙이고 달리도록 하면서 “학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모습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신상이 노출된 일부 학생들은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하며 최군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신고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 최군에 대해 서면사과·사회봉사 15시간·특별교육 5시간·학부모 특별교육 5시간 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학교 측은 반일 구호를 외치게 한 교사들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서울교육청도 “교사들이 정치 편향적·정파적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최군은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징계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앞서 집행정치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최군 측은 “학교가 형평성 있게 조치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최군이 학폭위에서 보인 태도, 피해자의 피해에 공감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며 “규정에 따라 채점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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