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7)이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대역전극을 완성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토트넘은 이 승리로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다. 출범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은 조제 무리뉴 체제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2연승을 질주했다.
‘신스틸러’가 있었다. 토트넘의 동점 직전에 인플레이를 빠르게 연결한 볼보이다.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간 공을 신속하게 장내로 돌려보낸 볼보이의 ‘활약’ 덕에 토트넘은 동점골을 넣을 수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볼보이를 끌어안고 감사를 표했다.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를 불러 가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5차전 홈경기에서 0-2로 뒤처진 전반 추가시간 1분 델리 알리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모두 네 골을 몰아쳐 4대 2로 역전승했다.
토트넘은 최종전만을 남긴 조별리그에서 3승 1무 1패(승점 10)로 B조 2위를 확정했다. 1위인 독일 바이에른 뮌헨(승점 15)과 함께 16강 토너먼트로 진출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이 대회 준우승 팀이다. 조별리그 2차전까지 1무 1패로 부진했던 흐름을 끊고 팀 통산 두 번째 결승 진출을 향한 활주를 시작했다.
이날 경기 초반만 해도 토트넘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같은 조 최약체로 평가되는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 전반 19분까지 두 골을 빼앗겼다. 무리뉴 감독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전반 28분에 에릭 다이어를 빼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했다. 에릭센은 올 시즌에 제몫을 못하고 있는 미드필더다. 그야말로 초강수였다.
이 작전이 통했다. 토트넘이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자 올림피아코스는 위축됐다. 결국 전반전 종료를 앞두고 기회가 찾아왔다. 올림피아코스 수비수의 헛발질을 놓치지 않고 알리는 만회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후반전부터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후반 5분에 공격수 해리 케인의 동점골이 터졌다. 세르주 오리에의 스로인은 루카 모우라의 크로스를 거쳐 케인에 연결됐다. 케인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 볼보이가 한몫을 했다. 토트넘의 공격 전개가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끊어졌을 때, 볼보이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공을 빠르게 장내로 되돌려 보냈다. 토트넘의 동점골은 볼보이 덕에 공격을 빠르게 재개한 결과였다. 무리뉴 감독은 볼보이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기세를 잡은 토트넘의 후반 28분 역전골은 손흥민과 오리에의 합작품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떨어뜨렸고, 오리에는 오른발로 공을 밀어 넣었다. 손흥민의 시즌 7호 어시스트.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 번째다. 손흥민의 올 시즌 공격 포인트는 9골을 포함해 16개로 늘어났다. 토트넘은 4분 뒤 케인의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동점골 순간의 볼보이를 특별히 언급했다. 그는 “나처럼 똑똑한 볼보이를 좋아한다. 그 아이는 정말 똑똑했다. 경기를 읽을 줄 알았다. 중요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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