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설리·구하라를 내몰았나’…끈질긴 악플, 감정보호 없는 아이돌산업

Է:2019-11-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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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일만 여성연예인 잇따라 극단적 선택 왜?

가수 겸 배우 설리(왼쪽)와 가수 구하라. 뉴시스

한달여 사이 아이돌 출신 여성 연예인 2명이 연이어 세상을 등졌다.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와 구하라(28)씨다. 절친한 사이로 항상 당당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두 사람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고질적인 악플 문화와 냉혹한 아이돌 산업의 현실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어린 나이에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거치고 화려하게 데뷔해 K팝 스타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솔로 활동을 하면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설리는 지난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영광스러운 날!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이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달 구씨는 안검하수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어린 나이에 수술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구씨와 설리의 솔직한 발언과 행보는 ‘악플러’들과 일부 언론에겐 공격 대상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소셜미디어가 올라올 때마다 기사는 쏟아졌고, 근거 없는 악플이 초를 다투며 달렸다. ‘관종(관심종자)’라는 조롱은 덤이었다. 이들은 악플로 인한 고통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적도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5일 “매일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은 원치 않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침습사고’에 빠지기 쉽다”며 “어떻게 해도 악플은 사라지지 않으며 거기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걸 느끼고 깊은 절망감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인격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중에게 무방비 노출돼 평가받고, 정신 건강 관리는 방치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기획사 임원은 “K-팝 스타라는 경쟁력과 개개인의 정서 안정을 맞바꿀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10대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년간 합숙하며 오로지 연습만 하는 국내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은 해외에선 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팝의 세계적 위상에 비해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정서보호 시스템은 후진적”이라며 “많은 회사가 이 악플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도 “아이돌에 대한 지속적인 정신건강 관리, 휴식기 보장도 데뷔 초에는 사치에 불과하다. 안타깝지만 다들 손익분기점 이야기 밖에 안 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무차별적인 악플과 부조리한 연예계를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책임을 인정하는 이들은 딱히 없다. 이 교수는 “쟤가 때리면 나도 때려도 된다는 식의 집단심리와 인터넷 익명성이 악플러들을 추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상용 선플인성교육연구원 교육본부장은 “‘연예인이니까 그 정도 욕은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며 악플다는 것을 하나의 권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꽤 많다”며 “어제까진 구씨에게 악플을 달다가 오늘 명복을 빈다는 댓글을 쓰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료 연예인들도 지난 24일 숨진 채 발견된 구씨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편 악플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룹 걸스데이 출신 가수 겸 배우 이혜리는 “누군가 날 싫어한다는 것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것 같다”며 “때로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가수 홍진영은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악플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생긴다”며 “(악플 대상이) 가족이나 지인이라면 어떨까 생각을 해달라”고 전했다.

조민아 황윤태 강경루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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