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이 122명인데 공장은 165개. 제2의 장점마을로 불리는 인천 사월마을의 현주소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민 122명 중 총 15명이 폐암과 유방암 등에 걸려 8명이 사망했다. 정부 조사결과, 이런 환경과 암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세대 10곳 중 7곳은 주거환경이 적합하지 않아 환경개선 대책 등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주민들의 우울증 및 불안증 호소율이 전국 대비 각각 4.3배, 2.9배나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인천 서구 오류왕길동에 있는 사월마을 주민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마무리하고 관련 주민설명회를 19일 마을 내 왕길교회에서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에는 사월마을 민관 조사협의회 위원, 마을주민, 지방자치단체 및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총 52세대, 122명이 살고 있는 사월마을에는 제조업체 122곳(73.9%), 도·소매 17곳(10.3%), 폐기물처리업체 16곳(9.7%) 등 165곳의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82곳은 망간과 철 등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 취급사업장이고, 마을 앞 수도권매립지 수송도로는 버스, 대형트럭 등이 하루 약 1만3000대, 마을 내부도로는 승용차와 소형트럭이 하루 약 7000대가 통행하고 있다.
환경오염 조사결과 대기 중 미세먼지, 중금속 등이 인천의 다른 주거지역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마을 내 토양 및 주택 침적먼지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3계절(겨울‧봄‧여름) 각 3일간 측정된 대기 중 미세먼지(PM10)의 평균농도(3개 지점)는 55.5㎍/㎥로 같은 날 인근지역 측정망 농도(인천 서구 연희동·37.1㎍/㎥)보다 1.5배 높았다.
대기 중 중금속의 주요 성분인 납(49.4ng/㎥), 망간(106.8ng/㎥), 니켈(13.9ng/㎥), 철(2,055.4ng/㎥) 농도는 인근지역(구월동·연희동) 보다 2~5배 높았다. 다만 국내외 권고치를 초과하지는 않았다. 또한 주택(14곳)의 서까래, 문틀 등에서 채취한 침적먼지에서 알루미늄을 제외한 중금속 항목들이 지각의 원소 조성 농도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민 건강조사 결과 중금속·방향족탄화수소류 등 생체 내 유해물질은 일부 항목이 국민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암발생비는 다른 지역보다 유의하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카드뮴 고농도자 6명에 대한 정밀검진 결과에서도 신장질환, 골다공증 등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고, 유해물질별 생체 농도 95분위 이상 대상자(28명)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특이소견이 없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점, 주·야간 소음도가 높은 점, 우울증과 불안증의 호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마을 모든 주택(52개) 부지경계에서 이틀간 주·야간 각 2회씩 측정한 소음은 전 지점에서 1회 이상 기준(주간 55dB, 야간 45dB)을 초과했다. 특히 19개 지점은 주·야간 모두 기준을 넘어섰다. 건강검진 참여자의 우울증 호소율은 24.4%, 불안증 호소율은 16.3%로 전국 대비(우울증 5.6%, 불안증 5.7%) 각각 4.3배, 2.9배 높게 나타났다.
유승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삶의 질 관점에서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를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인천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조사 및 주거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