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중구가 적립한 ‘재정안정화기금’ 관련 조례가 개정됨에 따라 91억 원에 달하는 재정안정화기금의 발이 묶였다.
중구측은 이번 결정으로 행정복지센터·보건소 신축 등의 현안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입장인 반면, 조례를 개정한 중구의회는 대규모 공사와 기금은 용도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전시 중구의회는 25일 제222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갖고 ‘대전시 중구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의 재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투표 결과 재석의원 11명 중 찬성 8표, 반대 3표로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대전 중구의 재정안정화기금 91억 원은 동사무소 신축·재건축 등 ‘대규모 공사’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재정안정화기금은 2016년 행정안전부가 재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전국 지자체에 도입을 권고한 기금이다. 행안부는 기금의 적립요건과 비율, 사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지역특성과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조례로 결정토록 했다.
대전 중구는 지방채 122억 원의 상환이 완료된 지난 2017년부터 기금 조성을 시작해 현재 약 91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적립했다.
논란은 지난 제221회 중구의회 임시회에서 관련 조례안의 개정안이 의결되며 불거졌다.
당초 조례안에 포함돼 있던 기금의 용도 중 하나인 ‘대규모 사업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는 문구가 개정안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중구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대형사업에 91억 원의 사용을 막은 상황”이라며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지원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곳에 기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은 재정안정화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해석 여부다.
먼저 중구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에 기금을 투입하는 것이 기금의 당초 목적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제정한 전국 80개 지자체들이 대부분 청사신축, 공유재산 확보, 주민복지 및 행정수요가 높은 사업에 기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당초 석교동·오류동·태평1동·태평2동 등 지역 내 행정복지센터 4곳의 재건축을 계획했던 중구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재 석교동·오류동의 경우 부지 매입까지 완료된 상태고, 태평1동·태평2동은 안전등급이 각각 C·D등급인 만큼 기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구의 입장이다.
반면 구의회는 재정안정화기금을 대규모 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행정안전부 표준안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복지센터 신축공사 등에 투입되는 예산은 재정안정화기금이 아닌 일반회계를 통해 편성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무엇보다 구의회가 이미 지속적으로 노후 행정복지센터의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중구가 이를 외면하는 등 개선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의원들은 주장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중구의회 안선영 의원은 이날 5분 발언을 통해 “노후 주민센터, 보건소의 개선에 대해 거의 모든 회기에 걸쳐 중구 측에 보완을 요구했지만 ‘고민하겠다’ ‘논의해보겠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며 “개정안에서 삭제된 ‘대규모 사업에 쓸 수 없다’는 내용이 동사무소·보건소 등을 지을 수 없다는 내용으로 변질됐다. 개정안이 해당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연수 의원 역시 “행정복지센터 신축 시 구비 부담액은 6~7억 원에 불과하다. 최근 한 동사무소 신축 예산의 경우 재정안정화기금이 아닌 일반회계에서 편성했다”며 “기금 적립에 앞서 현안사업을 우선하라는 의회의 권고를 무시한 구청장은 그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주민들은 조례안 개정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중구 주민 500여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본회의에 앞선 오전 10시 중구의회 앞에서 조례안 개정 반대 집회를 가졌다.
지정석 대전 중구발전협의회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개정안의 유권해석을 맡긴 뒤 이를 주도한 의원의 주민소환을 단행할 것”이라며 “재정안정기금은 주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모금한 것인데, 이제 와서 쓸 수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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