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손님만 가격없는 메뉴판 “돈 걱정 말라고”…페루 당국 ‘성차별’ 판단

Է:2019-10-23 11:01
:2019-10-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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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아이스톡포토

페루의 한 고급 음식점이 여성 손님에게만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메뉴판을 제공하다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이 음식점은 ‘여성이 가격 걱정 없이 로맨틱한 식사를 즐기라는 취지’라고 변명했으나 페루 당국은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AP통신과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22일(현지시간) 당국이 페루 수도 리마에 있는 음식점 ‘라 로사 나우티카’의 관행이 성차별이라고 판단하고 21만 솔(약 7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음식점은 남성과 함께 온 여성 손님에게는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메뉴판을 제공해왔다.

라 로사 나우티카는 리마 해변에 있는 고급 음식점으로, 페루 여행책자 등에 맛집으로 소개돼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그간 이곳에서는 남녀가 함께 식사할 때 남자 손님에게는 음식별 가격이 적힌 파란색 메뉴판을 줬지만, 여자 손님에게는 가격 없이 음식만 나열돼있는 금색 메뉴판을 줬다.

이에 대해 식당 측은 ‘여성이 가격 걱정 없이 로맨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이 같은 방침이 성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당국 역시 단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오히려 여성의 지위를 높이 산 것’이라는 식당 측의 반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 로사 나우티카에 벌금 처분을 내린 페루 국립자유경쟁보호원 관계자는 AP통신에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남녀 차이를 공고화하는 남성 우월주의 사고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처분의 이유를 설명했다.

당국은 라 로사 나우티카에 벌금 처분과 더불어 앞으로 남녀에게 같은 메뉴판을 주고,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물론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붙이라고 명령했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금은 없어진 유명 식당 ‘오랑주리’도 여성 손님에게 가격 없는 메뉴판을 줬다가 소송을 당했고, 결국 ‘레이디스 메뉴’ 관행을 없앤 바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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