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T1(한국)이 ‘롤드컵 대장정’의 첫 발을 뗀다. 변화무쌍한 프나틱(유럽)의 전술을 무난히 넘기고 순탄히 갈 길을 갈 수 있을까.
SKT는 오는 12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베르티 뮤직홀에서 열리는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개막전에 나선다. 상대는 프나틱이다. 역대급 ‘죽음의 조’로 불리는 C조다. 대회 우승을 노리는 SKT 입장에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회는 일명 ‘롤드컵 패치’로 불리는 9.19패치 버전으로 진행된다.
유미의 능력치 하향이 눈에 띈다. 최대 80%에 달했던 ‘사르르탄(Q)’의 둔화율이 전 구간 공통 20%로 조정됐다. 라이엇 게임즈는 “유미는 계속해서 프로 경기에서 위협적인 존재감을 보이기 때문에 스킬 구성 중 프로 경기에서 가장 효과가 큰 부분을 하향했다”고 패치 노트를 통해 설명했다. 롤드컵을 조준한 게임 설계인 셈이다.
패치 노트 공개 후 유미는 프로 신에서 사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르르탄의 둔화 효과 감소가 치명적이란 분석 때문이었다. 그러나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참가한 팀들의 생각은 달랐다. 독일 베를린 LEC 스튜디오에서 유미는 4번 픽되고 8번 밴됐다. 여전히 사용 가능한 전력으로써 밴픽창에 모습을 드러냈다.
롤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바텀 선수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8일, 독일로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그리핀 ‘바이퍼’ 박도현은 유미에 대해 “여전히 활용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야 밸런스가 잡힌 것 같아 보기 좋다”면서 “다들 간을 보고 있을 것이다. 다른 팀들의 생각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T ‘테디’ 박진성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박진성은 “사르르탄의 둔화 너프가 매우 크게 체감된다. 이전에는 사르르탄과 연계해 궁극기를 맞히기가 쉬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적 팀의 조합을 보고 뽑는다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여름 SKT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몹시 심했다. 특히 7월 ‘2019 LoL 리프트 라이벌즈’ 이후부터는 4번의 세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유미에 밴 카드를 투자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상대로 3번, 아프리카 프릭스 상대로 1번만 유미를 살렸다.
SKT는 롤드컵에서도 유미를 밴할까. 9.19패치 이후 유미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근래 프나틱의 동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프나틱은 가렌과 유미를 함께 쓰는 ‘캣타워 조합’을 선호했다. 이들은 서머 정규 시즌에 유미를 두 차례 사용했고,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선발전에서 한 차례씩 꺼내 들었다. 6월에 있었던 정규 시즌 엑셀 e스포츠전에선 이즈리얼·유미로 바텀 듀오를 짰지만, 그외 경기에선 모두 가렌·유미로 바텀 듀오를 조립했다. 프나틱은 이 조합으로 3전 전승을 거뒀다.
캣타워 조합은 대처불가 수준의 전략이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팀 다이나믹스가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승격강등전에서 선보였으나 패배했다. 킹존 드래곤X ‘데프트’ 김혁규는 롤드컵 선발전 당시 인터뷰에서 “(캣타워 조합은) 카운터가 명확하다”고 귀띔했다. 당시 국내 팀들 간 스크림에서도 캣타워 조합이 여러 번 등장했다고 한다.

국민일보가 선수들로부터 전해들은 캣타워 조합 카운터 전략은 챔피언 베인과 라인 스와프(line swap)다.
베인은 지난 LCK 승강전에서 진에어가 팀 다이나믹스 상대로 꺼내 들었던 픽이다. SKT ‘에포트’ 이상호는 지난달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베인이 아무래도 까다로울 것이다. 구르기로 (유미의 공격을) 피하기도 하다 보니…. (캣타워 조합을) 쓰려면 완벽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핀 ‘타잔’ 이승용은 로우키 e스포츠(베트남)가 담원 게이밍(한국)을 상대로 선보였던 라인 스와프 전략이 캣타워 조합을 파훼했다고 했다. 그는 8일 출국 전 인터뷰에서 “얼핏 보면 이해가 안 가지만, 가렌·유미 조합 상대로는 분명 좋은 점이 있었다”며 “가렌은 라인 스와프 때 타워를 쉽게 치지 못한다. 또 어차피 가렌은 성장해봤자 가렌이다. 매우 좋은 전략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때 이승용은 로우키가 담원전 4세트에 골랐던 니달리 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로우키의 니달리 픽을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스킬을 다 맞힐 수만 있다면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다 맞히면 좋은 건 가렌 빼고 모든 챔피언이 그렇지 않으냐”고 재차 물었을 때는 “그렇다”며 상세한 답변을 피했다. 옆에 있던 박도현은 “가렌도 다 맞히면 좋다”고 했다.
SKT는 캣타워 조합 외에도 나올 수 있는 ‘레클레스’ 마르틴 라르손의 변칙 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레클레스’는 최근 유럽 서버 솔로 랭크에서 베이가, 신드라, 니코, 오리아나같은 메이지 챔피언과 카르마, 모르가나 등의 서포팅 챔피언을 연습하고 있다.

개막전 밴픽 창에서 두 번째 변수가 될 챔피언은 트위스티드 페이트다. 올 시즌 대세 픽은 아니었다. 그러나 프나틱 미드라이너 ‘네메시스’ 팀 리포우셰크는 애용했다. 잊을 만하면 꺼내 승점을 챙겼다. 올 서머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리프트 라이벌즈 등을 통틀어 11전 9승2패를 기록했다. 그는 ‘도벽’ 룬과 ‘삼위일체’ ‘고속연사포’ 아이템 빌드를 선호했다.
다년간 국제 대회에서 온갖 장인을 다 만나본 ‘페이커’ 이상혁은 ‘트페 장인’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무덤덤했다. 8일 공항에서 만난 이상혁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에 대처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픽들을 연습해보고 있다.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대회에서는 잘 대처해보겠다”고 답했다. 그 또한 트위스티드 페이트로 통산 9전 8승1패를 기록 중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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