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골손님들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해 폐점을 결정했습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운영되어온 소규모 식당과 술집이 30일을 끝으로 잇따라 문을 닫았다고 일본 언론이 1일 앞다퉈 보도했다.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해온 이들 가게가 이날부터 시행된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새로운 관리 시스템 도입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소비세는 재화와 서비스 등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부담하는 간접세로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한다.
아사히신문은 국가의 보조를 받더라도 시스템 구입비로 약 300만엔(3300만원), 시스템 리스비로 6년간 약 450만엔(5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던 60대 후반 이상의 노년층은 2~3년 더 운영하느니 폐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날 0시부터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올라간 뒤 일본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 정부가 도입한 경감세율과 포인트 환급 제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앞서 2014년 증세 이후 개인소비가 위축되고 국내총생산(GDP)이 2009년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기가 위축된 트라우마가 있다. 당시 소비는 연간 300조엔 늘었지만 소비세율을 인상하기 이전인 2013년 수준(301조엔)으로 회복되지는 못했다.
이번에 도입된 경감세율은 외식과 주류를 제외한 음식료품과 신문 정기구독료에 대해 올리지 않은 기존 소비세율 8%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산 음식물을 가게 안에서 먹으면 외식으로 판단해 경감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경감세율 적용 여부는 손님의 자유 신고에 따르지만 편의점에서 음식물을 먹을 때 주인이 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또 포인트 환급 제도는 현금이 아닌 카드 등으로 결제한 경우에 한해 구매 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환급받는 제도다. 내년 6월 말까지 9개월 간 시행되고, 자본금이 5000만엔 이하인 중소 점포와 편의점, 외식 등 프랜차이즈(FC) 점포가 대상이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2%, 기타 중소 점포는 5%를 환급받는다. 하지만 역 구내에 있는 일부 프랜차이즈 점포는 철도 회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포인트 환급제 적용대상이 아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포인트 환급 제도 대상의 점포가 전국 약 200만곳 이상이지만 복잡한 절차 때문에 전체 3분의 1 정도만 신청했다고 전했다.
특히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첫날 전국에서 기계 오작동이 속출했다. 기차역과 지하철역에서는 소비세율 인상을 반영한 운임 개정에 따라 도입한 매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사카에서만 첫차가 운행을 시작한 이후 24개 역에서 57대가 작동하지 않아 오전 7시까지 순차적으로 복구했는데, 발권 자체가 안된 사례도 있어서 계속 문제를 체크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버스회사들 역시 예전 운임으로 결제되거나 소비세율보다 더많은 운임으로 결제되는 경우가 있었다.
한편 이번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일본 국민 부담은 연간 2조엔(약 22조1800억원) 으로 전망된다. 가계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고 개인소비의 위축 등 국내경기에 대한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2014년 증세 때는 일본의 수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했지만 이번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지난 8월까지 9개월 연속 전년도 수치를 밑돌았다. 공교롭게도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경기지표 역시 좋지 않다.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단칸)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 대기업의 최근 경기 판단을 보여주는 지난달 업황판단지수(DI)는 앞서 조사한 6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플러스 5를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악화된 것으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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