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 1일 총장선거 강행’ VS ‘총장선거 정지 가처분 신청’.
차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조선대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한 대학 두 총장’이라는 기형적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고심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4일 조선대에 따르면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업무복귀에 나선 강동완 총장이 지난달 말 법인 이사장을 상대로 ‘총장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제기했다.
강 총장은 교육부의 유권해석과 이행명령, 교원소청심사위의 ‘총장해임 취소’ 결정으로 총장 지위가 모두 복원됐는데도 대학 측이 총장 선거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총장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은 광주지법의 공정한 법적 판단을 다시 받아 총장직 복귀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강 총장은 앞서 같은 달 14일 이사장과 교무처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그는 “이사회가 내년 2월 퇴진하겠다는 제안을 묵살하고 총장 선출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학내 갈등 극복을 위한 ‘100인 회의’ 구성을 제안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대 총장 지위의 적법성과 대학의 합리적 발전방안을 자신의 주도로 논의하려는 시도다.
강 총장은 이사회와 대학 집행부가 총장실 폐쇄와 함께 사무용 컴퓨터 IP차단, 교육부 이행명령 법리 왜곡 등을 통해 그동안 정상적 총장업무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 총장은 지난 6월28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수평의회(교평)에 ‘선 복귀, 후 사퇴’에 합의한 뒤 사퇴서를 맡겨뒀지만 합의가 깨지고 교평 측이 유감을 표명해 돌려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건학이념에 맞는 대학운영과 개교 1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각계 지도자 100명으로 ‘조선대 발전 100인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강 총장은 대자협 의장직과 가장 많은 투표권을 손에 쥔 교수평의회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사회와 교수평의회 등은 강 총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명예로운 퇴진 기회를 부여했지만 이를 헌신짝처럼 걷어찼다는 시각이다.
표면적으로 중립노선을 유지해온 교수평의회는 조기 총장 선출에 방점을 찍으면서 최근 강총장과 결별했다.
교육부 대학역량 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인 ‘역량강화대학’으로 전락해 대학을 혼란에 빠뜨린 총체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 총장이 총장직에서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뒤집어 스스로 퇴로를 막았다고 강조했다.
조선대는 지난해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예상을 깨고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강 총장이 이끄는 대학 집행부가 2만여 명이 재학 중인 대형 대학을 정부가 퇴출대상이나 다름없는 역량강화대학으로 낮게 평가하겠냐고 방심한 게 주요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학 측이 교육부 평가작업에 소홀히 대처해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것이다.
이후 강 총장은 교수평의회가 임시 긴급총회를 열고 83%의 찬성으로 총장 퇴진을 결의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퇴진론’을 수긍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수차례 공표한 바 있다.
대학운영 역량 부족으로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역량강화대학’은 신입생 정원축소와 함께 교육부의 재정지원도 제한돼 대학 측으로서는 재정운영 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2016년 직선에 의해 선출된 총장’과 ‘이사회가 선임한 총장 권한대행’의 공존은 일정부분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이사회가 내부 의견합의와 자발적 퇴진 이전에 ‘총장 해임’이라는 극약 처방과 함께 총장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강 총장에게 두 차례 직위해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고심 끝에 해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맞선 강 총장은 교육부 소청심사위에 이의를 제기해 “해임은 부당하다”는 취소결정을 이례적으로 이끌어낸 뒤 업무복귀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강 총장은 현재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따라 재정·인사권 등 학내 각종 현안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총장 급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늬만 총장인 셈이다.
다만 치대 교수로서의 예우는 여전하다는 전언이다.
전대미문의 격랑 속에서 학교법인 조선대는 지난달 22일 법인 이사회에서 조속한 시일 안에 제17대 신임 총장을 선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어 논의를 거쳐 10월1일 총장 선거일로 정했다.
학내 최고 협의기구인 대학자치운영협의회(이하 대자협) 토론회 등에서 포괄적 총장선거 일정을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대학 측은 당초 오는 29일 개교 73주년 기념일 당일에 총장 이·취임식을 겸한 성대한 개교기념식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구성원들이 포괄적으로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전임 총장이 신임 총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제2의 창학에 버금가는 장기발전 방안을 대내외에 천명하자는 발상이었다.
대자협과 이사회뿐 아니라 교수평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도 이 같은 방안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차기 총장선출을 위한 총장추천위원회와 총장선거관리위원회도 출범했다.
법인 이사회는 교수 등 정규직 교원 75%, 정규직 직원 13%, 총학 8%, 총동창회 4% 비율로 총장 선거권을 분배하는 총장선출 방안도 의결했다.
이사회를 통과한 선거권 비율은 정년계열 교원 75%, 정규직 직원 13%, 총학 8%, 총동창회 4%다.
입후보자는 1인당 3000만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하고 사퇴할 경우 다른 후보자를 지지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데도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같은 총장선거 추진방안은 물 건너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강 총장이 ‘2월말 퇴진’ 제안을 묵살한 이사회와 정면으로 맞서면서 모든 일이 틀어지고 있다.
강 총장은 더 나아가 2월말 퇴진도 ‘없던 일’로 철회했다. 임기 고수를 전제로 한 ‘퇴진 백지화’와 함께 강압적 퇴진에 맞선 법적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조선대’라는 거함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운항’이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총장선거 규정상 공고일로부터 30일 이후 40일 이전에 선거를 치른다는 규정에 따라 10월1일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으나 강 총장의 가처분 신청으로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광주지역 대학가 초미의 관심은 차기 총장선거에 누가 출사표를 던지고 어떤 후보가 당선될 것인가에 모아진다.
조선대 주변에서는 대체적으로 지난 2016년 총장선거에서 2위와 3위를 나란히 차지한 민영돈(의학과) 전 조선대병원장과 박대환(독일어문화과) 전 대외협력처장을 ‘2강’ 후보로 분류하고 있다.
김재형 전 부총장과 이봉주 전 교수평의회 의장 등도 군소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조선대 학내구성원 사이에서는 차기 총장 선출이 말끔히 이뤄지고 총장 이·취임 절차가 법적 공방없이 진행돼야만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1946년 개교한 조선대는 국내 유일의 민립대학이다.
광주·전남 지역민 7만2000여명이 주축이 된 설립동지회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설립했다.
대학설립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다가 대학을 사유화한 뒤 초대총장에 오른 박철웅(朴哲雄, 1912년~1999년)은 6·25한국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에 대학을 떠났다가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대학에 복귀했다.
하지만 교수채용 비리 등 전횡을 휘두르다가 1987년 총학생회 등의 학내민주화 투쟁에 밀려 대학에서 쫓겨났다. 장기간 관선이사 체제를 거쳐 현재는 임시 이사회가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한 대자협과 머리를 맞대고 대학을 운영 중이다.
이 대학은 당초 12개 학과, 1194명으로 출범했지만 현재 재학생 2만여명, 졸업생만 25만여 명을 배출한 호남권 최대 사학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조선대 구성원들은 오는 9월29일 개교 73주년 기념일을 성대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올해 개교 기념일이 한동안 침체된 학교가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대 관계자는 “1차 총장 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통해 당선자가 확정될 것인지, 아니면 2위와 3위 후보 지지자 등의 이합집산으로 결선 투표 역전극이 펼쳐질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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