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아이치현 국제예술제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개막 사흘 만에 강제로 중단된 가운데 일본 예술계가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NHK는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들이 지난 3일 저녁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10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 중단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헌법학자이자 히토츠바시(一橋)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의 사카구치 쇼지로(阪口正二郎)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표현의 부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한 기획을 주최자가 스스로 탄압하는 것은 역사적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 될 것이다”라며 “일방적 중단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과 비판이 일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시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이른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사회 전체가 어딘가 불관용하고,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는 손상되기 쉬운 것이므로 한쪽으로만 치우친 가치가 세상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며 “어디까지나 정치와 문화는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NHK에 따르면 아이치트리엔날레 측은 이날 소녀상 전시 중단을 발표했다. 소녀상뿐 아니라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 전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체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중단됐다.
앞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해당 전시의 중단 방침을 밝혔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도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예술제에 대한 보조금 교부 여부에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일본 문인들의 모임인 일본펜클럽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전시를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펜클럽은 홈페이지에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기획전)는 계속돼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제작자가 자유롭게 창작하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 또한 자유롭게 감상한다”며 “동감이든 반발이든 창작과 감상의 사이에 의사를 소통하는 공간이 없으면 예술의 의의를 잃어버려 사회의 추진력인 자유의 기풍도 위축 시켜 버린다”고 주장했다.
또 “가와무라 시장 등의 이러한 발언은 정치적 압력 그 자체이며 헌법 21조 2항이 금지하는 ‘검열’로 이어진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사회의 확충에 기여해 온 예술의 의의에 대해 몰이해한 언동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행정이 해야 할 것은 작품을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가 소통하는 기회를 확보, 공공의 장으로서 육성해 가는 것”이라며 “다양한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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