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미술관은 지역미술관으론 드물게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중국의 장샤오강 등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열었지요. 하지만 아시아 작가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저는 그 대상을 서구로 넓혀 진짜 ‘센 작가’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최은주(56) 대구미술관장의 표정은 활력이 넘쳤다. 청사진을 묻자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구상안을 콸콸 쏟아냈다. 이달 2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그를 지난 6일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 관장실에서 만났다. 대구미술관은 2021년에야 10주년이 되는 등 시립미술관으로서는 역사가 짧다. 그런데도 이른 시일 안에 비교적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건 그런 블록버스터급 전시 전략이 주효한 때문이라고 최 관장은 평가했다. 2013년의 쿠사마 야요이 전시는 전국에서 33만명이 몰리는 등 대히트를 쳤다.
최 관장은 “취임할 때 재단으로부터 전시 작가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자신 있다”면서 “지금 세계 거장을 물밑에서 접촉 중이다. 누군지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게 ‘최은주 표’ 전시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시절 세계적인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 개인전을 성사시킨 바 있다.
내후년 개관 10주년을 앞둔 만큼 소장품 정리와 분석 작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1200점인 소장품의 양을 3000점으로 늘려갈 계획”이라며 “그래야 소장품을 가지고 자체 기획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상설 전시장을 만들어 소장품을 보여주는 전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가 이뤄지는 매커니즘도 바꾸고 있다. 과거엔 관장 지시에 의해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학예사들이 연구와 분석을 통해 전시를 제안하는 보텁업(Bottom Up) 방식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시 회의’를 신설해 벌써 가동하고 있다.
최 관장은 “대구는 근현대미술의 요람이다. 그동안 동시대 미술에 치중하면서 근대미술이 간과돼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대미술을 연구하는 공부 모임을 만들었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개관 10주년 때는 한국 근대미술과 대구화단의 관계를 조명하는 기획전을 열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경기도미술관장을 지낸 최 관장은 서울 토박이다. 대구 생활이 처음인 그는 “대구 시민들의 문화 예술 욕구가 뜨거운 걸 보고 놀랐다”며 “대구미술관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여러 순수예술기관이 협업하는 ‘코코아(COCOA) 프로그램’ 등으로 시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