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자녀의 안전한 학교길을 반드시 어머니가 지킬 필요가 있을까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4일 “녹색어머니회 명칭을 변경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초등학생 아이 두 명을 둔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며칠 전 작은 아이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다 문득 왜 녹색 ‘어머니’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같은 청원을 올렸다.
그는 “녹색어머니 그리고 어머니 폴리스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교길과 하교길을 안전하게 도와주는 역할이다. 학기 초가 되면 가장 먼저 정해지는 활동이기도 하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참여할 시간이 없어 (대신 활동을 해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글을 맘카페에 올리기도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 자녀의 안전한 학교길을 위해서 반드시 ‘어머니’일 필요가 있을까. 과거 남성이 가정의 경제적인 역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여성이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는 역할을 맡았을 시절에 만들어진 단체이고 이름인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사회적 성고정관념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청원인은 “‘녹색 어머니’ ‘어머니 폴리스’라는 이름은 엄마가 가장 우선적으로 반드시 (아이 양육에) 책임을 지고 해야하는, 봉사가 아니라 의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녹색 어머니’라는 이름과 분위기에 참여하고 싶어도 꺼려지는 아빠들도 있다. (일부 아빠들은) ‘반드시 아빠는 아니어도 되겠지’라는 제 3자의 입장을 가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대가 지났고, 성역할이 변했다. ‘녹색어머니회’ ‘어머니 폴리스’의 명칭을 ‘녹색 활동’ ‘녹색 도우미’ 등 꼭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도울 수 있도록 명칭 변경 검토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어머니회’는 경찰청에 소속된 단체다. 가입 요건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다. 1969년 ‘자모 교통 지도반’으로 출범한 후 1971년 당시 치안본부가 ‘녹색어머니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여성 경찰 정복과 유사한 제복을 착용하고 노란 깃발을 사용해 아이들의 등·하굣길에 횡단보도에서 차량을 통제하면서 안전을 지킨다.
아빠는 경제활동을 하고 엄마는 전업주부가 대부분이던 1970년대에서 비교적 최근까지 ‘녹색어머니회’ 활동은 기혼여성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였다. 현재 운영진 측은 50년 가깝게 어머니로 이뤄진 조직이었다는 역사성을 이유로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도 참여하고 싶다면 비회원 자격으로 같은 업무를 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