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어지는 와중에도 이강인의 크로스는 번뜩였다.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 와중에도 안정적으로 볼 배급을 해냈고, 중원이 장악당하자 볼 배급을 받기 위해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이강인의 크로스는 쇄도하는 공격수들 머리에 정확히 전달됐고, 그때마다 득점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은 이강인의 매서운 킥력 덕에 위협적인 공격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한국축구 역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첫 결승은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정용호는 16일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대 3으로 패했다. 팀의 패배와 함께 이강인의 분투는 빛이 바랬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이강인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받는 집중 견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곧바로 두 세 명의 선수가 에워쌌고, 이강인에게 전달되는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수비 조직력에서 안정감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간결한 역습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다.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 스리톱 공격수들 간의 간격 조율이 매우 안정적인 팀으로 평가된다. 감독조차 개성보다는 ‘원팀’을 강조할 정도로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팀이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조직력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한 선수를 집중적으로 마크한다는 것은 이강인의 이번 대회 활약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강인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활약은 훌륭했다. 조별리그 초반에는 잠시 잠잠했으나, 경기할수록 실전 감각이 살아났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왼발 킥과 넓은 시야는 차이점을 만드는 핵심 무기가 됐다. 이강인의 영향력은 그라운드 안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대표팀 막내였음에도 지도력을 앞세워 ‘막내 형’으로 통했다. 부담될 수 있는 결승전 페널티킥도 그의 차지였다.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쉬움은 남았으나 이강인은 개인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한국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골든볼을 수상했다. 준우승에도 대회에서 개인이 설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며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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