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민들이 침몰하는 과정을 온 국민이 지켜본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해 토론하면서 선배 시민들이 후배 시민을 훌륭하게 키우는 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위한 사단법인 마중물(이사장 유범상 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2009년부터 시민사회 속에서 지역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해 토론모임을 지속한뒤 2017년 서점, 공연장, 카페, 강연장, 갤러리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확보해 토론문화를 이끌고 있다.
수인선 소래포구역 인근 협동조합 마중물 문화광장 샘은 서로가 서로를 비춰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일에 적극적인 시민들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지금 세월호와 함께 이 땅을 떠난 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꽃잎을 눌러 만든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는 “오는 4월 6일 오후 5시부터 2시간동안 우리사회의 공동체를 붕괴시킨 자본주의 압축판 세월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죄없이 세상을 떠난)세월호 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만든 작품을 보면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눈물을 훔치곤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엄마들의 작품에는 수진이가 친구 예지에게 쓴 편지, 주아와 동생의 식탁의자, 건계의 방 의자, 건우의 교실 의자 등이 있다.
마중물문화광장을 찾는 시민들은 목요광장에서 자주 만난다. 책읽기를 담당하는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 세상읽기를 담당하는 유범상 교수 등을 만나 토론하는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곳에서 시작된 마중물 동아리가 전국 60여곳에 뻗어있다. 서울복지마중물, 울산마중물, 제주모드락 등이 그곳이다. 각 지역에서 40~50명 규모로 활동하는 토론모임은 연 2회 축제를 연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2박3일 토론을 할 때에는 해남 땅끝마을에 약 100명의 토론자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곳에는 커피만 마시면 2시간 동안 6명 정도가 토론할 수 있는 이상방. 일상방, 상상방이 있다. 빔프로젝터도 사용할 수 있다.
마중물문화광장 샘은 요즘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 2개월 이내에 나온 책을 정해주고 토론을 위한 유범상 교수의 강의록을 써주는 형태로 북레터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연회비 20만원을 내고 책을 받는 토론자들이 300여명에 달한다. 우편료도 안나오는 일이지만 유범상 교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고 있는 역작이다. 나와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이 콘텐츠의 이름은 ‘Book Letter 상상상’이다.
지난해 9월 11일 작성된 유 교수의 여덟번째 편지는 괴벨스 비서로 파시즘을 버텨낸 ‘어느 독일인의 삶(브룬힐데 폼젤 지음, 열린책들, 2018)’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달을 보라고 하면 달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놈을 봐라(일명 달달놈)”고 조언했다.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는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상상하는 일에 전국에서 1000명이 참여하고, 그 규모가 1만명로 확대되면 한국사회가 바뀌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2월 출범한 인천복지재단 대표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지역공동체의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한 (사)마중물의 이사장을 맡아 일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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