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나이가 들고 보니까,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 인사해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웃음)”
이달 말 데뷔 6주년을 맞는 프로게이머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페이커’ 이상혁은 인사성이 밝은 선수다. 경기 후 기자실을 방문하면 적어도 12글자는 꼭 말한다. 입장할 때 “안녕하세요”와 퇴장할 때 “수고하셨습니다”다. 게임 부스에서도 눈이 마주치면 간단한 묵례를 빼먹지 않는다. 거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그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가지 않는 어조로 그렇게 답했다.
이상혁이 6년 동안 한결같은 건 소환사의 협곡 안에서 뿐이 아니다. 인터뷰 말미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더니 “이번 시즌 목표는 우승”이라며 팬들에게 “열심히 준비해서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인터뷰 스킬은 6년의 세월 동안 충분히 숙성됐지만, 안에 담은 메시지는 여전히 새것과 같이 담백하다. LoL 팬이 그를 사랑하지 않기란 어렵다.
SK텔레콤 T1은 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킹존 드래곤X를 세트스코어 2대0으로 꺾었다. SKT는 이날 승리로 9승3패(세트득실 +11)를 누적, 2위 샌드박스 게이밍과 동률을 이뤘다.
킹존이 자랑하는 ‘바텀 캐리’를 봉쇄했다. 그러나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이상혁은 “경기가 압도적으로 끝났지만 고칠 점도 있고, 2라운드를 좋게 끝맺음하려면 조금 더 발전해야 할 것 같다”며 이날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1세트에 더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2세트에는 미드 포탑을 빨리 잃었다”고 설명했다.
첫 세트에는 르블랑을 골라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상혁은 이날 1세트와 관련해 “저희가 공격적인 챔피언들을 뽑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고,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복기했다. 또 후반에 노련한 운영이 돋보였던 점에 대해선 “팀원이 서로를 믿고 자신있게 팀 파이트에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나 나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지는 2세트에는 리산드라를 선택, 이른 시간 바텀 다이브를 성공시켜 킹존의 핵심 칼리스타-알리스타를 제압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혁은 “상대 아트록스가 위쪽에 있어 다이브 각이 예쁘게 나왔다. 양 팀 조합이 서로 바텀에 힘을 실어주는 조합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게임이 유리해졌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최근 들어 절정의 기량을 과시 중인 이상혁이다. 그러나 그는 바뀐 주류 메타가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 뿐, 기량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사실 저는 제 기량에 크게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메타와 패치가 바뀌었다. 조금 더 미드라이너가 돋보이는 메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올해 팀에 주어진 최종 과제 ‘합 맞추기’에 있어서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팀원들이 다들 주도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다. 합을 맞추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도 시즌 초보다는 확실히 마음이 잘 맞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SKT의 다음 상대는 그리핀이다. 단순 정규 시즌 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 대결이다. 이상혁은 “그리핀 경기를 많이 돌려보기도 했고, 팀 스타일도 잘 알고 있다”며 “다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이라면서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전했다.
이상혁은 이달 말 프로게이머 데뷔 6주년을 맞는다. 이상혁은 “6주년에 큰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배운 점도 많다. 이번 해에는 여러모로 노련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시즌 목표는 우승”이라면서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경기력을) 잘 다듬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끝으로 인터뷰룸을 나섰다.
<윤민섭의 대기실>은 경기를 마친 후 기자실을 찾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현장감있게 전하는 브랜드 코너입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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