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혹 떼려다 혹 붙인 윤장현 전 광주시장.

Է:2018-12-04 09:55
:2018-12-0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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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5000만원 가로챈 김모씨의 자녀 2명을 시 산하기관 등에 취업시킨 배경에 의혹 증폭돼.


‘시장이 취업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이해가 되지만...’

민선6기를 이끈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보이스피싱 피해사건이 점입가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여)씨에게 4억5000만원을 뜯긴 것도 모자라 자녀채용에도 도움을 준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 재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윤 전 시장이 가짜 권양숙에게 속아 거액을 떼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지역 한 언론은 “평소 어려운 사람을 두고 보지 않는 성격 탓”이라고 동정론을 폈다.

친노-친문 핵심에 줄을 대기 위한 정치적 꼼수가 아니라 평소 선행이 몸에 밴 습성이라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도 30여년간 시민운동을 통해 잔뼈가 굵은 윤 전 시장의 심성과 경력으로 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이 사기꾼 김씨 자녀채용에 압력을 행사해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는 ‘비보’는 광주시민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닥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 8~9월까지 김씨를 실제 권양숙 여사로 믿은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녀들을 도와 달라”는 김씨의 말에 현혹돼 취업청탁에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노 전 대통령 혼외자녀를 빙자한 김씨의 아들 조모(26)씨는 윤 전 시장이 현직으로 재직할 당시 전시·대관 업무를 주로 하는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임시직으로 취업했다.

전시회 마케팅과 지원업무를 하는 프로젝트메니저(PM)로 임시직이라지만 얼마든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한 보직이었다. 윤 전 시장은 조씨 채용을 사실상 지시하면서 측근에게 ”도와 줘야할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초 윤 전 시장은 조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했으나 채용비리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산하기관의 반대에 부딪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7개월간 일하다가 지난 10월 그만 둔 것으로 파악됐다. 딸(28)은 광주의 한 사립중학교 기술·가정과목 1년제 기간제 교사로 채용돼 최근 결혼한 뒤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이 요즘 청년들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만큼이나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취업 청탁 해결사로 나선 결과다.

검찰은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윤 전 시장을 사기사건 피해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오는 5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6·13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경선과 관련해 공천을 노리고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시장 재임 당시 설립한 네팔 광주진료소로 지난 달 의료봉사를 떠난 윤 전 시장은 현재 귀국한 일행과 떨어져 혼자 네팔 카트만두에 잔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귀국 비행기를 예약하지 않은 그가 1주일 예정으로 트래킹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2월3일 출판기념회, 3월29일 재선 출마선언, 엿새만인 4월4일 불출마 선언’.

사기꾼 김씨에게 속아 4억5000만원을 4차례에 걸쳐 송금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이후 윤 전 시장의 정치적 행보는 격랑을 탔다. 경선 컷오프를 예감한 윤 전 시장이 출마를 포기할 때까지의 심경은 그가 평소 애정을 갖고 직접 글을 써온 SNS에도 또렷이 엿보인다.

2017년 12월19일 ‘한 언론에서 들여다본 저의 뇌구조. 제 속마음을 제대로 들켰네요. 나눔봉사. 히말라야. 사진. 손자손녀 등에 관한 생각도 저 어딘가에 숨어 있습니다. 찾아보시죠’

2018년 1월13일 ‘러브스토리’/ 윤 전 시장은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남녀 주인공이 Snow Frolics라는 음악을 배경으로 눈싸움하는 명장면을 따라했다. 그는 옷을 그대로 입고 큰대자로 하늘을 보고 누운 채 하늘을 응시하는 사진을 곁들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3월15일에 올린 그의 글은 자못 비장하다.

3월15일 어제 어떤 목사님께서 주신 말씀이 무겁게 다가온다. ‘광주시장으로서 가장 우선 명심 할 일은 부정한 일을 행하지 않는 정직함이다. 광주시장이 감옥에 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광주의 얼굴이자 자존심이니 이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이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녀를 빙자한 김씨의 두 자녀.

어쩌면 앙숙이어야 할 이들 3명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베푼 윤 전 시장은 정말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았을까. 당시도 옳지 않았고 현재도 옳지 않은 이 문제에 대해, 도무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의문에 대해 윤 전 시장은 과연 어떤 해명을 할까.

윤 전 시장은 사기꾼 김씨에게 거액을 송금한 지 2개월여가 흐른 지난 3월 출마선언 포스터에 ‘광주다움으로 무장한 리더, 당당한 역사만큼 우리 후손들의 삶도 당당해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재선에 도전합니다’라고 적었다.

서민시장을 강조하며 광주의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렸다고 강조해온 윤 전 시장은 이제 광주다움이 무엇인지, 당당한 역사가 무엇인지 눈덩이럼 불어나는 의혹 앞에서 스스로 묻고 대답해야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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