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딸이 발리 여행 가는데 네 아들도 같이 보낼까?”
딸과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것을 계기로 맺어진 A(여)씨와 B(여)씨의 인연은 이 한마디로 ‘악연’이 됐다. A씨의 가족이 B씨의 아들을 인도네시아로 납치한 뒤 1억5000만원대 몸값을 요구했다.
A씨와 B씨는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며 서로를 ‘언니’ ‘동생’으로 부를 만큼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이들의 사이는 지난달 24일 A씨의 남동생과 함께 인도네시아 여행을 떠나는 자녀들을 공항에서 배웅한 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A씨는 B씨에게 “추천한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봤으니 언니가 4억원 정도 빌려 달라”는 말로 금품을 요구했다.
사업 경영난으로 돈이 필요했던 A씨 남편은 B씨 남편이 추천한 주식을 10억원어치나 매입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상태였다. 아들이 출국하자마자 돌변한 A씨의 요구에 B씨는 어쩔 수 없이 다음날 5000만원을 건넸다. A씨는 이후 계속해 “차용증을 써 줄테니 돈을 더 빌려 달라”고 B씨를 독촉했다. 결국 B씨는 31일 1억원을 A씨의 계좌로 입금했다.
이후 B씨는 약속한 차용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했지만 “내 손을 떠났으니 남편과 이야기하라”는 문자메시지만 돌아왔다. 이후 A씨는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잠적했다.

B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 경찰주재관을 통해 현지 경찰과 공조해 A씨의 남동생을 붙잡았다. 또 A씨의 남편을 검거하고 함께 있던 B씨 아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당시 B씨의 아들은 휴대전화를 빼앗겨 불안한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호텔에서 은신 중이던 B씨도 2일 새벽 붙잡혔다. 납치극을 벌인 이들 일당은 “B씨 부부가 자신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해당 주식에 대한 투자를 권유한 뒤 큰 손해를 보게 했다”며 “돈을 받을 길이 없다고 판단해 범행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 전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3세 미만 약취·유인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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