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명심해야 할 경구(警句)로 자주 거론되곤 합니다. ‘배려’라는 말로 쉽게 풀이되는데요. 이기적이고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 다시 새겨 볼 말입니다.
알바생들이 진상 손님을 고발하는 게시물은 SNS와 커뮤니티에 꾸준히 등장하는 글입니다. 고발 대상은 시끄럽게 떠들거나 무례한 고객이 주를 이룹니다. ‘손님은 왕이고 알바는 하인이냐’는 절규와 함께 분노의 댓글이 이어집니다. 음식점 알바를 했던 네티즌들은 비슷한 경험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최근 서비스업계에서는 이러한 ‘진상’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막말 욕설이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고객님 죄송합니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던 알바생이나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미약하지만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을(乙)중의 을’로 꼽히는 콜센터 직원들이 달라졌습니다. 말폭력에 시달려온 이들은 이제 전화를 끊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쇼핑몰 위메프는 '고객의 성희롱·폭언·욕설 전화는 2회 경고 뒤에도 계속되면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어도 좋다'는 매뉴얼을 도입했습니다. 고객의 폭언을 계속 듣고만 있지 않겠다는 겁니다.
‘무례한 고객은 내보내겠다’는 음식점 안내문도 화제입니다. 도시락업체 ‘스노우폭스(SNOW FOX)’가 2015년 업계 최초로 공정서비스를 주장하며 내놓은 ‘선언문’이 다른 업소로 퍼지고 있습니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노우폭스의 안내문을 약간 축약해서 업소 곳곳에 붙여놨다는 목격담이 올라왔습니다. 네티즌들은 환영을 표했는데요.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안내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상품과 대가는 동등한 교환”이라며 “우리 직원들은 훌륭한 고객들에게 마음깊이 감사를 담아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저희는) 무례한 고객에게까지 그렇게 응대하도록 교육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안내문에는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낄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이들을 방치하여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때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당당하게 적혀있습니다.
“내 돈 내고 밥 먹는데 서비스는 당연하다”는 생각은 이제 재고해야 합니다. 이유는 안내문에 다 쓰여있습니다. 외식할 때마다 되새겨봐야 할 문구입니다. 오늘도 알바생들의 건투를 빕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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