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목표 중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선례를 따라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두 나라처럼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갖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5개국만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국제사회의 공인은 얻지 못했지만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취급된다. 국제사회는 핵을 이유로 두 나라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 인도 등 비공식 핵보유국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여부다. 북한은 1985년 전력난 해소 차원에서 당시 소련으로부터 원전을 들여오기 위해 NPT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3년과 2003년에 각각 NPT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했지만 NPT 체제에서 탈퇴를 공인받지는 못했다.
또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활동 동결과 기존 핵시설 해체, 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을 약속하는 대신 경수로 2기와 중유 등을 제공받기도 했다.
반면 파키스탄과 인도는 NPT에 가입한 적이 없다. 인도가 중국 핵무기 대응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하자 인도와 접경한 파키스탄도 핵개발에 착수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처음부터 국제사회 규범 밖에서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들 국가와 NPT 가입을 통해 핵물질 제공 혜택까지 받았던 북한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파키스탄은 1988년 핵실험 실시 후 무기 금수 조치 등 미국으로부터 독자 제재를 받았지만 유엔 차원의 제재 대상에 오르지는 않았다. 이후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착수하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특히 북한은 파키스탄 사례처럼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한 뒤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전략을 쓰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무기 도발 위협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파키스탄 모델을 적용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제사회에선 북한의 비공식적 핵보유국 인정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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