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의집 안내해설 자원봉사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보낸 지난 8년의 시간은 이들에게 눈물과 인내의 날들이었다.
23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처음으로 맞은 노 전 대통령 기일이다. 오후 2시 봉하마을 묘역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시민 추도사를 낭독한 고명석 김용옥씨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이제 울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 다음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시민 추도사 전문
“당신이 떠나시고 새로운 일을 찾았습니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많은 추모객들을 모시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8주기 추도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해병대에서 직업군인으로 평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군생활만 했었습니다. 전역을 하고 새로운 시작으로 제 가족에게 말했습니다. 이제부터의 삶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그러던 중 청천벽력과 같은 대통령님의 비보를 접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비통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느 국민과 똑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전 새로운 일을 찾았습니다. 미약하고 이름 없는 소시민이지만 늘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통령님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시켜 드리고자 다짐했습니다.
또 다시 오월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떠나시고 여덟 번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그 여덟 해 동안 저는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대통령님의 유지인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다 했습니다.
신년이면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대통령님 묘역을 찾는 깨어있는 시민들을 위한 신년 떡 나눔에 참여했습니다. 주말이면 이곳 경남 진해에 있는 진해루에 나가 대통령님의 사진을 전시하고 아이들 손에 노란풍선을 쥐어주며 대통령님 알리기에 우리 재단 회원들과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오월이 오면 참으로 바쁜 일정을 보냅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해 봉하마을을 찾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봉화산 대통령의 길도 걷고, 추도식 준비도 합니다. 요즈음은 대통령의집 안내와 해설도 하고 있습니다.
생전 대통령님께서 봉하를 찾던 손님들에게 마을 안내를 하셨듯이 이젠 저희들이 노무현이 되어 봉하마을 곳곳을 설명하고 대통령님께서 여사님과 함께 사시던 지붕 낮은 집을 해설과 곁들여 안내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묻습니다. 힘들지 않냐고. 저는 대답 합니다. 오히려 힘이 난다고! 참으로 보람 있다고!
“이제는 울지 않겠습니다”
대통령님 보고 계시지요?
TV의 9시 뉴스를 기다려 본 지가 10년이나 지났습니다. 오월의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10년 만에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다정스러운지도 10년 만에 새삼스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렸다 좋아합니다. 저 역시 이 기쁨을 주체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어리석은 짓으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힘들어 하지 않으려 합니다.
10년 만에 다시 지켜드릴 분이 생겼습니다. 대통령님께 약속드립니다. 그분 제가 꼭 지켜드리겠다고.
저도 앞서 말씀하신 고명석 님과 함께 대통령의집 안내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백 번을 연습하고서도 눈물이 나서 노무현 석자를 입 밖으로 내지 못했습니다. 몇 번의 리허설을 해도 안채 앞에 서면 눈물이 나서 해설을 하지 못하고 찾아오신 방문객과 함께 울곤 했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해설사가 같이 울었습니다. 운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고, 웃는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었습니다. 모두가 한마음 한 뜻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저도 내공이 생겨 잘 해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보고 계시지요? 보시면서 ‘야~기분 좋다!’ 하고 계시지요?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젠 울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 제가 또 다른 노무현이 되어 봉하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2017년 5월 23일
고명석·김용옥 드림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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