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촛불은 멈추지 않았다. 시민의 힘으로 부패한 권력을 심판했다는 뿌듯함과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엄숙함이 공존한 7차 촛불집회는 시종일관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10일 오후 4시. 영하의 기온에 칼바람까지 불었지만 시민들은 삼삼오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최순실 게이트 촉발 이후 40일 넘게 계속된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으로 광장에는 20만명 가까이 모였다.
집회의 주제는 ‘박근혜정권 끝장 내는 날’로 정해졌다. 구호도 ‘박근혜를 구속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로 추려졌다. 본 집회 전 1차 행진은 광화문광장에서 세 방향으로 청와대을 향해 진행했다. 시위대가 청운동길, 효자동길, 삼청동길로 행진하면서 청와대를 포위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100m 앞에 집결해 집회를 시작했다. 국회의 탄핵 가결에도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버티는 박 대통령에게 ‘지금 당장 내려오라’는 촛불민심을 전달했다. 시민들은 ‘내각 총 사퇴’ ‘우리가 주인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구호는 단단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중·고생혁명’ 소속 학생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하다 광화문광장에서 잠시 멈췄다. 이후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를 틀어놓고 즉석 댄스를 췄다. 임두혁(29·충북 음성군 감곡면)씨는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1t 트럭에 가득 담아온 복숭아즙과 여주즙을 나눠줬다.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탄핵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단위로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시종일관 웃으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오후 6시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본행사가 진행됐다.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와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희회 집행위원장, 김태연 재벌특위 공동위원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무대에는 가수 이은미를 비롯해 권진원, 평화의 나무가 공연을 했다.
오후 7시30분부터는 종로와 청운동길 등 7~8개 경로로 2차 행진이 시작된다. 오후 9시부터는 인권콘서트와 자유발언대가 개최된다. 인권콘서트는 ‘모두의 목소리로’라는 주제로 걸그룹 볼빨간사춘기, 416합창단, 평화의나무 합창단, 프로젝트 그날들, 미디어퍼포먼스 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주최 측은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며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는데도 여전히 청와대에 앉아있다. 하루라도 빨리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탄핵 무효 시위를 벌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 일부가 통의로터리 인근으로 이동해 촛불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잠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경력을 투입해 이들을 분리해 사고는 없었다.
대한민국 애국연합 소속 회원 50여명은 당초 행진코스를 벗어나 촛불 시위대에 난입했다가 시민들에게 포위됐다. 이들은 애국가를 불렀고 시민들은 “애국가가 부끄럽다. 박사모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험한 욕설이 오갔고 서로 밀고 당기는 충돌사태가 발생했다.
보수단체는 오전에 청계광장에서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연 뒤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 앞까지 행진해 2차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228중대 경비병력 1만8200여명을 투입해 집회·시위를 관리했다.
박세환 김판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