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소속 의원 121명의 총사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해 지도부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큰 분기점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는 결의를 다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4·19혁명, 5월 광주항쟁, 6월 항쟁에 버금가는 역사의 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국민과 역사의 중대한 책무만 생각하고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한 일괄 사퇴서를 작성한 뒤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형사소송 당사자로 당원권이 정지된 박선숙 박준영 김수민 의원은 본인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정의당도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한다는 입장이다.
야 3당의 의원직 총사퇴 카드는 야당 의원들을 결속시키기 위해 ‘탄핵 대오’를 점검하면서 전의(戰意)를 불태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는 우상호 원내대표의 결의에 찬 발언에서 이런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또 ‘탄핵 찬반’을 저울질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참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경우에도 야 3당은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실제로 사용하면 안 된다.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기 위한 ‘내부 결속용’이나 ‘여당에 대한 압박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만에 하나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더라도 ‘의원직 사직서’를 원내대표 서랍 속에서 꺼내지 말아야 한다.

야 3당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가장 좋아할 정치세력은 누구일까. 탄핵에 반대하는 박 대통령과 측근들, 그리고 친박 의원들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켜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의 몰락과 동시에 폐족(廢族) 위기에 처할 친박 의원들도 탄핵소추안 부결을 갈망하고 있다. 어쩌면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은 야 3당의 의원직 사퇴를 반길지도 모른다.
국민은 4·13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야권에 엄청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이 속속 드러나자 국민은 촛불 집회 현장으로 모여들었다.

집회를 거듭하면서 촛불 민심의 무게중심은 박 대통령의 ‘퇴진·하야’에서 ‘탄핵’과 ‘구속’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전국으로 들불같이 번진 촛불 집회 현장에서 ‘야 3당 의원직 사퇴’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4·13총선 민의도, 촛불 민심도 현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에 맞춰져 있음을 야 3당은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국내외 상황은 어렵고, 내년에는 더욱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절벽, 성장절벽, 고용절벽, 경기침체, 빈부격차는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남한의 정국 불안을 틈타 북한이 언제 도발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새 정부 출범, 중국의 반한(反韓)정책과 압력 증가, 유럽의 경제위기 등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국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말고 오직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위기 돌파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기능이 점점 마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야 3당과 비박계는 위기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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