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국내 발생한 콜레라의 감염 경로 규명을 위해 보건당국이 1주일째 경남 거제 일대 연안 어패류와 해수 등에 대한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콜레라는 조선시대 후기에는 알 수 없는 괴이한 질병이라는 뜻에서 ‘괴질’으로 불렸으며 1950년대까지 국내에 수만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률도 높았다.
하지만 1980년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100명 내외의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2001년을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환자 보고가 없었다. 과거와 달리 콜레라는 적절한 대응을 하면 그리 두려워할만한 감염병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가 29일 ‘콜레라에 대해 꼭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상식과 대응법’을 문답풀이식으로 내놨다.
Q: 콜레라는 걸리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감염병인가?
“최근에 발생하는 콜레라는 치료를 받으면 대개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되고 별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감염병은 아니다. 콜레라에는 크게 고전(classic)형과 엘토르(El Tor)형 두 가지 생물형이 있다.
1930년까지는 전세계적으로 고전(classic)형 콜레라가 유행했다. 고전형은 설사에 동반된 탈수 증상이 생길 수 있고 과거에는 치료법도 잘 개발이 되지 않아 사망률이 50%를 넘나들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1990년대 접어들면서 전세계적으로 엘토르(El Tor)형 콜레라만 유행하고 있다. 엘토르형 콜레라는 고전형에 비해서 설사 증상이 심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면 사망하지 않고 수일 내 회복된다.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것도 엘토르형 콜레라다."
Q: 콜레라는 집단 발생을 잘하는 후진국병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집단발생 위험이 있나?
“국내에서 콜레라의 집단 발생과 대규모 유행이 생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콜레라의 발병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음용수 오염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감염 경로다. 상하수도 시스템이 잘 정비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콜레라 환자에 의해 오염된 상수원의 물을 먹은 사람들에게 지금도 콜레라가 집단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아니더라도 자연재해 후 상하수도 시스템이 마비되면 콜레라의 집단 발병이 가능하다. 실제 2010년 아이티에 20만명이 사망할 정도의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음용수 오염 등으로 지진 후 1년간 50만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두 번째는 음식 오염이다. 선진국에서도 콜레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콜레라가 집단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콜레라균은 염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안가 특히 강과 바다가 인접한 지역에서 수온이 높을 때 균이 잘 증식한다.
때문에 아열대나 온대 지역 여름철 해안에서는 콜레라균이 흔하게 발견된다. 국내에서도 최근까지 환자 발생은 없었지만 해안에서 콜레라균은 계속 발견되고 있었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해수면 온도가 높은 시기에 콜레라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은 사람에게 산발적으로 콜레라가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환자에 의한 전파다. 콜레라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의 경우 콜레라는 사람 간 전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고 실제로 사람 간 전파는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에서 콜레라가 상수도나 음용 지하수를 오염시켜 집단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또 콜레라는 사람 간 전파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국내 콜레라 발생은 여름철 해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안에서 증식한 콜레라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는 집단 발생이 아니라 산발적 발생 양상을 보이며 향후에도 가을까지 산발적인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은 있다. "
Q: 왜 콜레라는 사람간 전파가 잘 일어나지 않나?
“올해 발견된 엘토르형 콜레라의 경우 콜레라균에 노출이 되어도 심한 설사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은 50명 중에 한 명도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콜레라균에 감염되어도 대부분의 사람은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무증상 감염자로 있다가 체내에서 균이 사멸된다.
또 콜레라균은 위산에 취약하다. 콜레라균은 소장에 도달하여 감염을 일으켜야 증상을 나타내는데 콜레라균이 위를 거쳐 소장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위산에 의해 균이 대부분 사멸된다. 때문에 콜레라가 발병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개 이상의 균이 감염되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산 분비에 문제가 없는 정상 면역을 지닌 사람의 경우는 100~1000억개 이상의 콜레라균이 한꺼번에 들어와도 대부분 설사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
콜레라 환자가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분변이나 구토물에 주로 존재하는 콜레라균에 대량으로 노출되기는 어렵고, 설령 노출된다 할지라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콜레라는 사람 간 전파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Q: 콜레라를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고위험군이 있나?
“콜레라는 위산에 약하기 때문에 위산 분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콜레라 감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절제술을 받았거나 위궤양이나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강력한 제산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콜레라균이 위를 거쳐 소장까지 생존해 도달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노약자, 만성질환자 등 면역이 떨어진 사람도 콜레라 증상 발생 시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런 콜레라 고위험군은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Q: 콜레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콜레라균은 익히면 사멸하므로 여름철 해안가에서 어패류를 섭취할 때 가급적 익힌 것만먹고 손을 잘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도움된다.
엘토르형 콜레라는 대부분 어패류 섭취 후 1~2일 내에 설사가 나며 가끔은 구토 증상이 생긴다. 그런데 고열이나 복통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콜레라에 걸리고도 설사가 나지만 열도 안 나고 배도 안 아프니 가벼운 장염이라고 참고 넘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 어패류 섭취 후 1~2일 내에 설사 증상이 생기면 콜레라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해 검사 받아야 한다."
Q: 콜레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콜레라는 집단 발생 가능성이 낮고, 사람 간 전파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적절한 치료 시 수 일 내 합병증 없이 완치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해외여행 시에는 콜레라가 아직도 위험한 질환이며 특히, 상하수도 관리가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을 방문하거나 큰 지진이 발생한 나라에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을 때 콜레라에 걸리면 현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여행 전 콜레라 백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