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극인들이 검열에 맞서기 위해 시작한 ‘권리장전2016-검열각하’ 페스티벌이 순항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당초 목표액인 4300만원의 111%에 해당하는 4798만원을 모은데 이어 개막작인 김재엽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6월 9~12일 연우소극장)은 전공연 매진, 추가공연에 이은 재공연(7월 13~24일 나온씨어터)까지 확정됐다.
5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이제 2개월차에 접어들면서 6월 말부터 잇따라 올라가는 연출가 전인철(41)과 박해성(40)의 작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연출가가 지난 몇 년간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작품을 발표했다는 점 외에 이번에 새로운 형식의 작업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전인철은 새로 만든 자신의 극단 돌파구에서 ‘해야 된다’(6월 30일~7월 3일)를 공연하고, 박해성은 응용연극연구소라는 낯선 단체에서 ‘자유가 우리를 의심케 하리라’(7월 7~10일)를 무대에 올린다.
지난 28일 대학로에서 만난 두 연출가는 “이번 페스티벌의 개막작을 비롯해 앞선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상황에서 우리 차례가 되니 다소 걱정이 된다. 게다가 기존의 연극 제작방식과 다르게 작업했던 것을 선보이는 자리라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인철은 2006년 ‘고요’로 본격 데뷔한 이후 ‘시동라사’ ‘목란언니’ ‘순우삼촌’ ‘노랑 봉투’ ‘터미널’ ‘게임’ 등의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대부분의 또래 연출가와 달리 그동안 자신의 극단을 만들지 않은 채 제작 극장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해야 된다’는 지난해 극단 돌파구를 만든 뒤 그가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극단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극단 창단작인 ‘고제’의 경우 극작가 백하룡의 희곡을 올렸다면 이번엔 극단 돌파구의 멤버들이 함께 극작 및 구성에 나선 공동작업을 했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해야 된다’에서 그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구성 및 전체 연출을 맡았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에 나왔을 때 제작자가 연극계를 주도하는 분위기에서 굳이 극단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고 싶어서 지난해 극단을 만들었는데, 딱 10년만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출가로서 텍스트에 충실한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엔 배우들과 함께 대본도 쓰는 등 공동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성은 지난 2008년 만든 극단 상상만발극장을 거점으로 ‘천개의 눈’ ‘믿음의 기원’ ‘타이터스’ ‘황혼의 시’ 등 기존의 연극 언어에 반하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신진 연출가 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에 공연하는 ‘자유가 우리를 의심케 하리라’는 극단 상상만발극장이 아니라 이번 페스티벌을 앞두고 새로 만든 응용연극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발표된다. 기존의 연극창작 방식과는 달리 구성원 모두가 ‘연구원’으로서 연습 대신 진행해온 연구와 토론의 결과물을 무대에 올린다.
그는 “극단이 아니라 연구소를 만든 것은 기존에 해온 연극과 다른 포맷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극이란 말을 쓰면 어떤 틀이 생기는 것 같아서 사실 연극이라는 말도 피하고 싶다”면서 “이번에 연구원들이 토론하고 의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질문들을 관객과 같이 나눠볼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경우 우리끼리는 ‘본격 의심 토크 퍼포먼스’라고 부른다”고 웃었다.
그런데, 이번에 두 연출가가 작품을 만들면서 영감(?)을 받은 대상은 공교롭게도 똑같은 인물이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전인철은 최근 구미시가 29억원을 들여 ‘박정희 뮤지컬’을 추진하는 것과 그에 대한 반대 여론에서 검열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고, 박해성은 지난 2013년 한국공연예술센터가 박 전 대통령의 치적을 다룬 연극 ‘한강의 기적’ 대관 취소 논란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처음 얻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그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 온 정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검열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검열에 대해 쓰고 있다. 즉 검열의 기저에 깔린 ‘표현의 자유’를 좀더 냉정하게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전인철은 “페이스북에서 내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뮤지컬 ‘고독한 결단’(가제)을 제작한다는 뉴스를 읽었다. 뉴스를 보면서 ‘이거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들 주변에선 구미시가 왜 시민의 세금으로 박정희를 찬양하느냐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생각이 나랏돈 써서 정부 비판하는 작품 만들지 말라는 논리랑 비슷하지 않나? 나 역시 검열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면서 “이번 작품은 3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는데, 2명의 배우와 내가 각각 썼다. 화가가 갤러리에서 일방적인 전시 취소 통보를 받는 이야기인 ‘갤러리’, 군대 내 불온서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불온’ 그리고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사건을 재구성한 ‘초인’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쓴 ‘초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관객 입장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우리 작품은 검열관의 입장에서 관객을 설득할 생각이다. 관객이 검열이란 것에 실질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박해성은 “원래 ‘한강의 기적’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검열이 꼭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뤄지는지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이 작품이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결국 대관이 취소되긴 했지만 당시 연극계에선 어떻게 이런 작품이 한국공연예술센터 무대에 올려지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정당한 대의를 위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해 검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강의 기적’을 다시 올리는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객들과 직접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해 ‘자유가 우리를 의심케 하리라’가 나오게 됐다. 검열의 근본문제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경우 그동안 페스티벌에서 공권력의 검열을 다룬 작품들과 색깔이 다르다. 두 사람은 “‘권리장전’ 페스티벌은 검열에 대해 젊은 연극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우리 작품 역시 5개월에 걸친 대장정 속에서 검열과 관련해 생각해볼 또하나의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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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출가 전인철-박해성, 우리 안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묻다
‘권리장전2016-검열각하’ 페스티벌에서 각각 공연 앞둬…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작품에서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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