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민들이 무장괴한 제압하는 도시…"리즈 시절 이유있네"

전 세계 어디서든 사건이 발생하는 현장에 경찰이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범죄자가 현장에서 검거되는 건 대부분 용감한 시민이 나섰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1일(현지 시간) 영국 경찰이 공개한 한 CCTV 영상에도 시민들이 무장한 괴한을 제압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영상은 영국 요크셔 지방 최대 도시인 리즈의 도심 알비온(Albion) 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도로 건너편에 있던 한 흑인 남성이 후드티를 입고 지나가는 남성에게 뭐라고 얘기하며 다가갑니다. 후드티를 입은 남성이 갑자기 도망치려 하자 이 흑인 남성은 그에게 달려들었고 인근에 있던 2명의 시민이 합세해 후드티 입은 남성을 쓰러뜨리고 제압합니다. 주변에 모여든 시민은 모두 휴대전화를 들고 뭔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경찰에게 신고하는 것이겠지요.

가게 내부의 CCTV 영상을 보면 거리 한복판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인으로 밝혀진 3명의 괴한이 한 손에 무기를 든 채 가게에서 뭔가를 잔뜩 담아 나옵니다. 이들이 훔친 것은 고가의 명품 시계로 150개 이상을 훔쳐 3명이 나눠들고 나왔다고 합니다. 일당이 훔친 물품의 가격은 93만5000파운드(한화 약 16억3200만원) 상당이라고 하는군요.

3명은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흩어져서 도망가려 하는데 건너편에서 이들을 수상하게 살피던 한 남성이 일당 중 한 명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경찰이 도착하자 처음 도둑을 쓰러뜨렸던 시민은 범행 장소를 알려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당이 도망친 방향을 알려주려는 것인지 경찰을 대동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 보이지 않는 나머지 일당 2명도 경찰에 검거됐고, 이들 3명은 모두 합해 5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리즈라는 곳은 특히 축구팬들에게 낯익은 도시입니다. 소위 ‘리즈 시절’이라는 얘기의 배경이 된 도시거든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영국 리그는 물론 유럽의 최강 클럽으로 군림했던 리즈유나이티드의 전설 탓에 ‘리즈 시절’은 최고의 전성기를 가리키는 말로 이젠 일반명사처럼 쓰입니다. ‘리즈 시절’의 향수가 남아 있는 이곳에서 시민들이 무장 강도를 맨몸으로 제압했다니 왠지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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