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랑또랑한 눈을 하고 또박또박 대사를 치던 소녀, 김유정(16)은 어느덧 12년차 베테랑 배우가 됐다. 쑥쑥 자란 키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도 커졌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해 그 시작이 어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가 요즘은 연기 고민으로 매일을 보낸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유정은 어엿한 숙녀였다. 대답마다 나이답지 않은 진중함이 묻어났다. 대부분의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않고 한 박자 생각한 뒤 입을 뗐다.
아직 소녀티가 묻어나는 순간도 있었다. “어쩜 이렇게 예뻐졌냐”는 칭찬에 그는 쑥스러운 듯 “감사하다”며 베시시 웃었다. 그러더니 “예쁘다는 말이 지겨울 법도 하다”고 하자 “지겨울 리가 있겠나”라며 발끈했다.
작품 이야기를 할 때는 다시 진지해졌다. 특히 이번 영화 ‘비밀’을 찍으면서는 이전 출연작들과 다른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극중 김유정은 살인자(임형준)의 딸이라는 비밀을 안고 양아버지(성동일) 손에 자란 소녀 정현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명랑하지만 내면에는 암울함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쉽지 않은 감정연기가 필요했다.
“비밀을 찍으면서 생각도 고민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정현이라는 인물을 잘 이해하고, 제일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정현이를 떠나보낼 때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간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떨쳐내는 방법도 몰랐다. 김유정은 “실제 저는 저만의 중심을 잡아 가는 시기인데, 정현이처럼 내면에 많은 감정이 있는 캐릭터를 만나 그 둘이 겹쳐지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이 친구가 떠나갈 때 제 일부를 떼어 가져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비밀은 지금까지의 연기인생 중 “가장 많이 배우고, 깨닫고, 경험했던 작품”이라고 했다. 스스로 어떤 부분을 배웠고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본능적으로 나오는 감정을 표현했다면, 지금은 ‘얘가 왜 이 대사를 할까’ ‘왜 이런 대화를 나눌까’ 의문을 가지고 끝없이 이해하려 노력해요. 캐릭터가 겪는 상황과 그걸 목격했을 때 드는 감정을 고민하면서 많은 걸 터득하고 배운 것 같아요.”
김유정은 “배운다”는 이야기를 할 때 유독 눈을 반짝였다. 취미로 꼽은 ‘영화 보기’ 역시 배움의 연속이었다. “영화를 볼 때 ‘저렇게도 표현하는구나. 나도 저렇게 하면 이렇게도 비춰지겠다’고 생각하면서 봐요. 장면이든 연기든 소품이든, 전부 다요. 전 뭐든지 좋은 건 흡수하려고 하는 욕심이 있어서요(웃음).”
김유정에게 영화는 한 편의 교과서인 셈이다. 때로는 더없는 휴식이기도 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영화를 볼 때란다. 그는 “온전히 영화에 집중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 내용만 생각하는 순간이 너무 좋다”며 “또 그걸 다 내 마음 속에 담을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역으로 활동한 김유정에게는 남모를 어려움도 많았다. 남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직업 특성상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까지 생겼다.
“‘이 사람이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떨까’를 많이 고려하는 편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요. 좀 답답한 것도 있지만 제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연예인이라는 직업에는) 더 좋은 점도 많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있어요.”
의젓하게도 그는 “예전에는 힘들다고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떼쓰는 건 줄어들었다”고 고백했다. 모든 주변 스태프들이 힘들기 때문에 본인만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는 없다는 게 김유정의 말이다.
네 살부터 줄곧 연기와 함께했다. 그 과정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언제쯤 본인이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느꼈냐는 질문에 그는 “그냥 계속 하고 있었으니까 익숙했다”고 답했다. “안하면 허전하고, 뭔가 계속 붙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진지한 눈빛에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비쳤다. 김유정은 “제 꿈은 스타가 아니라 배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저는 ‘진짜 배우’ ‘좋은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기준을 둔다”며 “스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저는 작품을 하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배워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어떻게 큰 나무를 키워갈까 생각해요. 물론 스타가 되면 좋겠죠. 근데 한편으로는 그게 무서워요. 그 자리에 놓여졌을 때의 감정들도 무섭고…. 저는 그냥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제 캐릭터를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집중하고 싶어요.”
이렇게 똑 부러진 대답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뭐냐는 다소 거창한 질문에도 김유정은 담담했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딱 봤을 때 진짜 배우. 진한 향이 아니라 어디든지 은은하게 잘 퍼져나가는 그런 향을 가진 배우요.” 가만히 엄마 미소로 바라볼 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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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스타보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 kmib가 만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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