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기존 보수 노선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방향 제시로 요약된다. 그는 정치인생 첫 대표연설을 통해 ‘경제는 중도, 안보는 보수’의 평소 지론을 유감없이 펼쳤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거나 ‘창조경제는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는 등 박근혜 대통령이 껄끄러워할만한 내용도 피해가지 않았다. 진화된 보수의 새로운 프레임을 보여줬다는 찬사와 선거용 발언이라는 혹평이 동시에 나왔다.
◇“증세도 복지조정도 않는 건 비겁”…‘중부담·중복지’ 공론화=유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집을 다시 읽어봤다”며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반성한다”고 했다.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이 22조2000억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후 증세·복지 논란이 불붙었을 때보다 비판의 강도가 세졌다.
현 정부의 노동·금융·교육·공공의 4대 부문 개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3년 내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건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였다”고 ‘셀프 비판’을 했다. 이어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 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엔 현재 ‘저(低)부담·저복지’ 수준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동체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래서 나온 게 ‘중(中)부담·중복지’다. 유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식 제3의 길(실용주의적 중도좌파 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우클릭 행보와 겹쳐져 본격적인 ‘중원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재벌 개혁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없었다. 대신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거나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불법행위는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野 이례적 극찬, 김무성 대표는 “당 방침 아냐”=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 연설에 박수를 보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유 원내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야당의 선명성이 묻히면서 중도 의제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부담·중복지 주장은 같이 고민하자는 뜻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꼭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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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거침없는 좌(左)클릭’...“증세도 복지조정도 않는 건 비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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