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 달인, 야간에 시카고 초고층빌딩 숲서 횡단 성공

미국의 외줄타기 명인 닉 왈렌다(35)가 시카고 초고층빌딩 야간 횡단에 성공해 또 한번 세계 신기록을 추가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왈렌다는 이날 오후 7시35분(우리시간 3일 오전 10시35분)부터 시카고 강변 초고층 빌딩 숲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나 안전장치 없이 약 200m 높이의 초고층 빌딩 3개 사이를 횡단하는 도전을 2단계에 걸쳐 완수했다. 애초 그의 도전은 오후 6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바람의 세기가 예상보다 강해 출발이 지연됐다. 이날 시카고 지역에는 시속 15~30km의 바람이 불었다.

왈렌다는 이날 자신의 어머니가 이번 도전을 위해 직접 만들어준 가죽신을 신고 지름 1.5~1.9cm에 불과한 외줄에 올랐다. 그는 먼저 ‘쌍둥이 옥수수 빌딩’이라 불리는 시카고 마리나 시티(Marina City·65층·180m) 서관 옥상에서부터 시카고강 건너 리오 버넷 빌딩(Leo Burnett·50층·195m)까지 걸린 19도 오르막 외줄 138m를 6분51초 만에 횡단했다. 애초 외줄 경사는 15도로 계획돼 있었으나 설치 과정에서 장력이 문제가 돼 19도로 더 가팔라졌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온 왈렌다는 걸어서 마리나 시티 서관으로 다시 돌아간 뒤 안대를 착용하고 마리나시티 서관 옥상과 동관 옥상 사이 약 30m를 2분 만에 건너갔다. 도전에 성공한 왈렌다는 “무모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나는 해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도전은 케이블방송 ‘디스커버리채널’이 전세계 220개국에 생중계했으며, 시카고강 인근에는 5만명 이상의 관중이 모여들어 왈렌다의 도전을 직접 지켜봤다고 통신은 전했다. 디스커버리채널 측은 왈렌다가 추락할 경우 해당 부분을 편집해내기 위해 ‘10초 지연 방송’을 실시했으며, 현장 취재 기자들은 “참혹한 광경을 볼 경우에도 정신적 보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취재 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왈렌다는 이번 도전으로 급경사 외줄타기와 안대 착용 고공 외줄타기 등 2개 부문의 세계 신기록을 추가했다. 2012년 나이아가라 폭포와 지난해 그랜드캐년 협곡 횡단까지 포함해 그의 외줄타기 세계 신기록은 9개로 늘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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